흥행 대작 봇물… '한국사회 축소판' 작품 인기

입력 2017-12-28 19:09
수정 2017-12-29 05:13
2017 뮤지컬·연극 무대 돌아보니

'캣츠' 누적관객 200만 돌파
전국·모든 연령대에 고른 인기

뮤지컬 9편 해외 수출 성과
한국사회 성찰한 연극도 풍성

블랙리스트 후폭풍에 몸살
자금난에 공연 취소 잇따라


[ 양병훈/마지혜 기자 ]
올해는 뮤지컬에서 굵직한 대작들이 기록적인 흥행 성과를 냈다. 연극에서는 ‘한국 사회의 문제적 현실’을 다룬 국내 창작 작품이 빛났다. 공연계 내부에선 배우·제작진에 대한 임금체불로 공연이 취소되거나 중단되는 사태가 잇따르며 ‘공연계 양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캣츠’ 200만…‘지금의 한국’ 주목한 연극계

뮤지컬 ‘캣츠’가 지난 16일 대구 공연에서 국내 뮤지컬 사상 처음으로 누적관객 200만 명을 돌파했다. 국내 인구 25명당 1명이 이 작품을 본 셈이다. 캣츠는 1997년 국내 초연 뒤 지금까지 모두 10차례 무대에 올랐다. 올해는 7~9월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무대에 오른 뒤 지방 투어를 하고 있다.

이 작품은 지방 관객이 40%를 차지할 정도로 전국에서 고르게 인기를 누렸다. 연령별로도 20대·30대·40대 이상이 각각 30% 정도로 고른 분포를 보였다. 관객 성비도 여성 55%, 남성 45%로 비슷했다. ‘서울 20~30대 여성’을 대상으로 마케팅하던 국내 뮤지컬 관행을 깬 것이 흥행 비결로 분석된다.

올해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뮤지컬은 ‘레베카’였다. 이 작품은 8~11월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무대에 올라 19만 명에 달하는 관객을 끌어모았다. 같은 시기 공연한 다른 대형 뮤지컬이 5만~8만 명 수준인 것에 비하면 큰 성과다. 뮤지컬 수출도 탄력을 받았다. 올해 해외 투어공연이나 라이선스 판매를 성사시킨 작품은 ‘프랑켄슈타인’ ‘김종욱 찾기’ ‘인터뷰’ 등 9개 이상이다.

올해 연극계의 화두는 한국 사회에 대한 성찰이었다.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연극 베스트 3’에 이름을 올린 세 작품 모두 한국 사회의 축소판 같았다. 서울시극단의 ‘옥상 밭 고추는 왜’는 서울 변두리 낡은 빌라에서 벌어지는 이웃 간 다툼을 중심으로 빌라 재건축 문제, 이혼, 시위 등 한국 사회의 다양한 갈등 양상을 보여줬다. 프로젝트 내친김에의 ‘손님들’은 2000년 아들이 부모를 살해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집안의 끔찍한 풍경을 그리며 성장논리 아래 위계적 가치만 강요한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은유했다. 극단 하땅세가 공연한 ‘위대한 놀이’는 대도시의 공습을 피해 국경지역 할머니 집에 맡겨진 형제가 어른들의 전쟁터에서 살아남는 이야기로 ‘끝까지 버티는 생존 방식을 보여준 연극적 보고서’라는 평을 받았다.

◆제작비 돌려막기 등 ‘휘발성 이슈’도

그림자도 짙었다. 올해 뮤지컬계에선 자금난을 이기지 못한 공연 제작사가 공연을 취소하거나 중간에 중단하는 사태가 잇따랐다. 엠뮤지컬(3월 폐업)은 2월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던 ‘신데렐라’ 공연을 직전에 취소했다. 당시 엠뮤지컬 측은 “준비 과정에서의 난항이 매출 부진으로 이어진 게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기획사 ‘더길’이 제작해 5~7월 서울 공연을 한 ‘햄릿’은 관객이 극장에 앉아 있는 상황에서 공연 시작시간이 한참 지난 뒤 “공연을 못하게 됐다”고 알리는 일이 두 차례 있었다. 배우와 제작진에게 보수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으면서 이들이 공연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공연 기획사의 ‘제작비 돌려막기’ 관행이 이런 사태를 불러왔다는 게 공연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일단 빚을 내 공연을 무대에 올린 뒤 다음 공연 수익금이나 투자금으로 이전 공연의 빚을 갚는 방식이다. 흥행 성적이 저조해 빚을 못 갚게 되면 보수 미지급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이 때문에 ‘김수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20여 편의 뮤지컬·연극을 제작한 최진 아시아브릿지컨텐츠 대표는 약 90억원의 빚을 진 뒤 법원 회생 절차를 밟다가 8월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 논란도 한 해 문화계를 들끓게 했다. 예술인 사이에 ‘심증’만 있었던 블랙리스트 관련 의혹이 연중 재판과 감사 등을 통해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전 정부의 예술검열 실태를 기록해두기 위해 연극인을 중심으로 지난해 12월 꾸려진 민간위원회 ‘검열백서준비위원회’는 내년 상반기 ‘검열백서’를 펴낼 계획이다. 한 극단 대표는 “블랙리스트 집행 과정에 공무원뿐 아니라 공연계 요직에 있는 연극계 대선배들도 가담한 게 드러나면서 연극인들이 큰 상처를 받았다”고 전했다.

양병훈/마지혜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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