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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국민연금 감사 결과
과도한 위험 감수 않고도 6%대 수익률 낼 수 있는
자산배분안 외면했다
전문가 "이론상 맞지만…"
감사원 지적대로라면 자산배분에 큰 변화 필요
금융·외환시장 충격 불가피
[ 유창재 기자 ]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2014년과 2015년 ‘5개년 중기 자산배분안’을 마련하면서 목표수익률(장기운용수익률)을 임의로 낮게 설정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장기 운용 철학을 무시한 감사 결과”라고 반박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감사원은 28일 발표한 ‘국민연금 기금운용 및 경영관리 실태’ 감사보고서에서 “기금운용위원회가 목표수익률의 기준인 명목경제성장률(실질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 전망치에 자의적으로 ‘음(-)의 조정치’를 적용해 목표수익률을 낮췄다”고 밝혔다. 당시 명목경제성장률 전망치는 6%대 중반, 목표수익률은 4%대 중반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향후 5년간의 명목경제성장률 전망치에 양(+)이나 음(-)의 조정치를 적용해 목표수익률을 설정한다. 감사원은 “목표수익률을 맞추려면 과도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에만 음의 조정치를 적용해야 하는데, 기금운용위원회는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도 별도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채 목표수익률을 하향 조정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2016년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이전 5년간 운용수익률은 5.13%에 머물러 세계 주요 연기금에 비해 저조했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은 “최적의 자산배분안 산출 방식인 ‘평균-분산 최적화 모형’으로 자산배분안을 마련하면 위험한도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명목경제성장률 수준의 목표수익률을 산정할 수 있다”고 했다.
“국민연금의 자산배분안은 (위험 자산인) 해외 주식 비중이 작고 (안전 자산인) 국내 채권 비중이 커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게 감사원의 주장이다. 목표수익률을 낮출 게 아니라 위험 자산 비중을 늘려 수익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했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론적으로는 감사원 지적이 맞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당시 4%대 중반이던 수익률을 명목경제성장률 수준인 6% 이상으로 끌어올리려면 국내 채권을 대규모로 내다팔고 그만큼 해외 주식을 사들이는 방향으로 급격히 자산배분을 바꿔야 하는데, 이는 국내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에 큰 충격을 줄 우려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원종훈 한국보건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민연금 포트폴리오상 국내 주식과 채권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조정이 필요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국민연금은 ‘공룡’에 비유될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국내 채권 비중을 매년 1~2%씩 점진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 연구위원은 “당시 명목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저성장 추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은 또 “기금운용위원회가 5개년 자산배분 계획을 수립하면서 목표수익률이 4~5년차에 이르러야 달성되도록 연도별 이행계획을 짠 것도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매년 5년치 자산배분 목표를 세우는 이유를 감사원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한 자산운용사 최고운용책임자(CIO)는 “국민연금이 거시경제와 금융시장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장기 목표를 세운 뒤 안정적으로 기금을 운용하는 게 최선”이라며 “감사원 지적대로 매년 평균적으로 목표수익률을 맞추려면 해마다 급격하게 자산 배분 비율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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