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가 김혜정 씨 거론
기술 전문성 부족 우려
원전업계 "독립성 침해"
[ 이태훈 기자 ] 원자력 안전·규제 분야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에 반핵환경운동가 출신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원자력업계와 학계는 “전문지식이 없고 원자력산업에 선입견이 있는 인사가 원안위원장에 임명돼선 안 된다”며 반대 뜻을 나타냈다.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에 따르면 차기 원안위원장으로 환경운동연합 소속인 김혜정 원안위원, 손재영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장 등이 거론된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부가 (두 사람 중) 비전문가인 반핵운동가를 원안위원장에 선임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1988년 울진반핵운동청년협의회를 구성해 반핵운동에 뛰어들었다. 여성환경연대 공동대표 등을 지냈고 환경운동연합에서 원전안전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천으로 2013년 원안위원이 됐고 지난해 연임했다.
손 원장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하고 과학기술처 사무관으로 공직에 들어온 뒤 원안위 사무처장 등을 지냈다.
김용환 원안위원장은 지난 21일 임기를 절반 이상 남긴 상태에서 사표를 제출했다. 원안위는 원자력발전소 가동과 폐쇄 승인, 설계수명 연장 등을 결정하는 국무총리 직속 기구로 위원장은 차관급이다.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전력기술 등 원자력 관련 노동조합이 주축이 된 원자력정책연대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원자력 기술 및 산업에 대한 식견이 부족한 인물이 낙하산 인사로 원안위원장에 임명되면 국가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정치권 및 시민단체 출신, 친원전이나 반원전 활동 경력이 있는 인사는 배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안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원안위원은 9명으로 구성돼 있고 위원장이 이 중 4명을 임명 제청할 수 있다. 나머지 4명은 여야가 2명씩 추천한다.
정부는 설계수명이 2022년까지인 월성 1호기를 내년 조기 폐쇄하기로 했는데 이를 위해선 원안위 승인을 거쳐야 한다. 한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에 선입견이 있는 사람이 위원장이 되면 원안위가 탈원전 정책의 거수기로 전락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원안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바꾸고 독립성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그 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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