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8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경제성장률 3.0%, 취업자 증가 32만 명, 1인당 국민소득 3만2000달러’ 같은 수치 목표에 먼저 눈이 간다. 3% 선이면 여전히 저성장 국면이다. 그래도 지난해 이때 2.6%로 전망됐던 올해 성장률이 지금은 3.2%로 예상되는 것처럼 ‘작은 서프라이즈’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취업자 늘리기에는 의구심이 생긴다. 올해와 똑같은 목표치이지만 친(親)노조 정책과 공공일자리 확대 계획이 지속되는 마당에 민간에서 좋은 일자리가 제대로 나올 수 있겠나 하는 문제제기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소득 3만달러대 첫 진입도 뜻깊지만, 올 한 해 10%가량 떨어진 원·달러 환율 요인이 크다는 점에서 의미가 반감된다.
김동연 경제팀이 내놓은 내년도 경제정책은 크게 봐서 문재인 정부의 ‘사람중심 경제’를 성숙시키고 가속화하겠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일자리·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중·장기 도전 대응 △거시경제 안정 등 5개 경제정책 과제의 각론이 그렇게 채워졌다. ‘형평과 분배’에 무게가 실린 정책들 속에 ‘경쟁과 혁신’이 강조된 것도 없지 않지만, 경제정책에서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가장 아쉬운 것은 과감한 규제 혁파와 꼭 필요한 노동 개혁에 대한 의지가 약하다는 점이다. 규제 개혁은 총체적으로 이렇다 할 목표나 지향점이 안 보인다. 노동계에 치우친 고용노동정책을 쏟아내 왔으면서도 고용시장이나 임금제도에서 최소한의 유연성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이 없다. 정부와 공공, 노조의 목소리는 커지고 민간과 시장, 기업은 움츠러드는 상황에서는 온전한 성장도, 일자리 창출도 어렵다.
5년 임기 정부지만 5년만 편한 길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발전하는 길을 가야 한다. 김 부총리가 경제부처들의 ‘각개약진’을 견제하면서 정책의 균형을 주도해야 하는 이유다. 국회와 청와대 참모진도 정부의 경제팀장인 그가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내년도 과제로 던진 ‘보유세 개편방안’이 또 하나의 정치적 논쟁거리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인 터라 더욱 그렇다.
내년 한 해는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다시 수렁으로 빠질지 갈림길이 될 것이다. 대내외 상황변화에 따라 유연한 정부 대응이 필요하다. ‘소득주도 성장’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