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벤처펀드' 가입자에 10% 소득공제… 연기금 투자도 확대 유도

입력 2017-12-27 17:45
수정 2017-12-28 07:08
'2018 경제정책 방향'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

연기금 코스닥 차익 거래에 세금 안물리기로
연금펀드의 주식 매매 차익에 비과세 추진도


[ 김우섭/김태호 기자 ] 정부가 ‘코스닥 벤처 펀드’에 가입한 개인투자자의 투자금 10%를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연기금의 차익거래(선물과 현물가격 간 차이를 이용한 거래)에 부과하던 0.3%의 증권거래세를 코스닥 거래에 한해 물리지 않는 방안도 추진한다. 연금펀드에 부과되는 최대 16.5%의 국내 주식 매매차익 세금은 노후 소득 증대 차원에서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정부는 2000년대 초 ‘코스닥 붐’ 때와 같은 파격 지원을 통해 ‘창업→기업공개(IPO)→자금 회수 또는 재투자’로 이어지는 창업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상장 벤처기업 혜택 볼 전망”

정부가 27일 ‘2018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내놓은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은 크게 △세제 등 각종 지원을 통한 코스닥·벤처기업 투자 활성화 △연기금의 코스닥시장 투자 확대 △노후 소득 증대 지원 등으로 나뉜다. 정부는 개인투자자와 연기금 등이 코스닥 투자를 늘릴 방안을 제시했다. 개인들은 앞으로 ‘벤처기업투자신탁(벤처기업 펀드)’에 가입하면 투자금 10%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다. 투자자 A씨가 벤처기업 펀드에 1000만원을 넣었다면 100만원이 소득공제 대상이 된다. 여기에 A씨의 근로소득세율(6~40%)을 곱해 6만~40만원을 연말정산에서 돌려받게 된다.

다만 펀드 투자 대상이 코스닥 전체 기업이 아니라 벤처기업에 한정된다. 벤처기업이란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2조 2항에 따라 기술성 및 성장성이 높아 정부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기업을 말한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벤처기업부 소속 기업은 휴젤 코미팜 메디포스트 케어젠 에코프로(시가총액 순) 등 295개다.

자산운용사가 상장·비상장 벤처기업에 일정 비율 이상 투자한다고 신고한 펀드가 소득공제 대상으로 분류될 전망이다. 전경대 맥쿼리투신운용 액티브운용팀장은 “벤처기업 요건을 충족하는 시가총액 상위 코스닥 기업이 혜택을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총·자기자본만 충족해도 상장 가능

혁신기업의 코스닥 상장을 돕는 방안도 포함됐다. 지금은 상장 심사를 할 때 매출과 영업이익 등 여러 요소를 따지지만 앞으로 시가총액과 자기자본 기준만 넘어서도 상장이 가능해진다.

‘테슬라 요건 상장’(적자기업 특례상장)을 활성화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 ‘공모주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은 요건을 완화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풋백옵션은 상장 후 3개월 내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한 기업 주가가 떨어지면 일반투자자가 원할 경우 상장주관사(증권사)가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되사주도록 한 조항이다. 증권사들은 ‘90% 풋백옵션’ 때문에 테슬라 요건 상장 주관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 정부는 풋백옵션 요건을 80%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기금의 코스닥 기업 투자를 늘리도록 벤치마크 지수 변경도 추진하기로 했다. 코스피200 중심으로 구성된 벤치마크 지수를 코스피와 코스닥이 혼합된 지수로 바꾸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새 벤치마크 지수를 적용하는 연기금에 기금운용평가상 가점을 줄 방침이다. 새 벤치마크 지수에 포함되는 상장 기업은 내년 초 발표될 예정이다.

◆연기금엔 ‘코스닥 유형’ 신설 권고

정부는 연기금 위탁운용 유형에 ‘코스닥 투자형’을 신설하도록 권고할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순수주식형 △대형주형 △중소형주형 △사회책임투자형(SRI) △장기투자형 △액티브퀀트형 △배당주형 △가치형 등 8개로 위탁 유형을 나눠 자산운용사에 자금을 맡기는데, 코스닥 투자형을 추가한다는 것이다. 다만 연기금이 코스닥에 얼마나 투자해야 할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연기금별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심의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어서다.

코스닥시장 거래를 늘리기 위해 연기금의 차익거래에 증권거래세를 물리지 않기로 했다. 이중호 KB증권 연구원은 “차익거래로 코스닥지수가 오르지는 않겠지만 선물과 현물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주가가 적정 가격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코스닥시장 선물 상장 기업이 16개에 불과해 큰 효과를 거두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노후 보장을 위한 세금 감면 방안도 나왔다. 정부는 연금펀드·신탁 등에서 나온 국내 상장주식·장내파생상품 매매 손익을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지금은 연금펀드에서 얻은 차익에 대해 55~70세 수령 때 5.5%, 70~80세 4.4%, 80세 이상 3.3%, 55세 이전 16.5%를 과세하고 있다.

정부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대책에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사장은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의 대책”이라며 “코스닥 중소형주가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우섭/김태호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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