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현·황시연 라페트 이사
미국 유학 후 청담동 꽃집 운영
해외 수집 모자 리폼 사진에
문의 쇄도…패션사업 시작
한예슬·엄정화 등 연예인 찾아
"브랜드보다 자기 만족이 중요"
[ 민지혜 기자 ]
서울 한남동에 있는 ‘더 맨션’. 집이라는 뜻의 이곳은 꽃집과 옷가게, 가구 매장과 카페 등 특색 있는 상점을 한데 모아놓은 복합 편집숍이다. 차를 마시고 가구를 둘러보다가 옷과 모자, 꽃을 사갈 수 있는 특이한 곳이다.
더 맨션에 있는 꽃과 패션 매장 ‘라페트’, 카페 ‘꽁티드툴레아’는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이유다.
더 맨션을 운영하는 사람은 패션 브랜드 라페트를 만든 황수현 황시연 자매(사진)다. 미술을 전공한 자매는 18년 전 미국에서 플로리스트 공부를 하고 돌아와 청담동에 꽃집 ‘라페트’를 열었다. 청담동 ‘큰손’들이 주요 고객이었다. 결혼식장 컨설팅을 해주기도 했다.
자매는 평소 모자를 좋아했다. 해외에 나갈 때마다 수집하기도 하고, 동대문시장에서 사온 모자는 스스로 고쳐(리폼, 재제작) 쓰기도 했다. 그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자, 사고 싶다는 문의가 이어졌다. 100개만 주문을 받아 팔아 보기로 했다. 공지를 올린 지 2시간 만에 다 팔려나갔다. 이후에도 사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주문을 받아 리폼한 6만원대 모자를 2000개가 넘게 팔았다. 자매는 아예 패션 브랜드를 만들어 사업을 하기로 했다. ‘라페트’ 탄생 계기다.
황수현 라페트 이사는 “한섬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모자, 가방, 옷을 만들어줄 공장을 직접 찾아다녔다”고 말했다. 모자에 이어 데님 롱스커트를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이것도 600장이 팔려나갔다. 페이크 퍼(가짜 털)로 만든 주얼리와 가방 등도 인기가 높았다. 황 이사는 “지금은 브랜드보다 인스타그램에서 누가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찾아보고 사는 시대가 된 것 같다”며 “만든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디자인 제품을 비싸지 않게 판매한 게 인기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라페트 제품은 와이드 청바지가 19만원대, 블라우스는 15만~20만원대다.
자매는 지난 4월 본격적으로 오프라인에 진출했다. 한남동에 더 맨션을 열었다. 매장을 열자 한예슬 엄정화 정혜영 황정음 등 연예인들이 와서 라페트 옷을 사갔다. 이들은 그 옷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이를 본 20~30대들이 매장을 찾았다.
인기가 올라가자 판매처를 확대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처음 팝업스토어(임시매장)를 열자 한 시간 만에 매장 안에 걸린 옷이 다 팔려나갔다. 팝업 브랜드 중 1위를 차지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에 잇따라 팝업스토어를 냈다. 지금은 공식 홈페이지와 W컨셉, 위즈위드, 쓱닷컴 등에서도 판매 중이다. 인스타그램에 모자 사진을 올린 게 계기가 돼 이들은 패션브랜드 업체로 성장했다.
황시연 이사는 “더 맨션은 여성들이 한 공간에서 다양한 것을 즐기고 쇼핑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낸 편집숍”이라며 “경리단길의 유명 카페 꽁티드툴레아를 입점시키고 디자인이 예쁘고 싼 주얼리 브랜드를 숍인숍으로 들여놨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는 가구도 전시 판매한다. ‘구비’ ‘드리아데’ ‘쎄 컬렉션’ 등 몇천만원대 고급 수입 가구다. 그냥 파는 게 아니라 집안 전체 인테리어 상담을 먼저 한 뒤 제품을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이들은 종합 라이프스타일 사업을 꿈꾸고 있다. 현재 양말 등 다른 분야의 브랜드도 입점을 논의 중이다. 내년 1월에는 인천 제2국제공항에 파리바게뜨와 함께 플라워카페를 열기로 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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