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창 롱패딩'이 살린 패션업계
올 한 해 통틀어 패션업계를 강타한 것은 단연 '롱패딩'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롱패딩은 주로 운동선수 또는 연예인들이 야외에서 보온성과 활동성을 위해 입어왔지만 올해는 가성비와 희소성이 맞물리면서 최고 인기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특히 지난달 4일 '2017 드림콘서트 in 평창' 무대에 오른 아이돌 가수 하니와 선미가 '평창 롱패딩'을 입은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들은 피날레를 위해 무대 위에 함께 올랐다가 추운 날씨에 롱패딩 하나를 나눠 입었다. 이 장면이 주요 포털 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퍼져 나가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 오리털 패딩이 14만9000원…가성비 '갑'
일반 오리털 소재 롱패딩 가격이 40만원~50만원대에 형상된 데 반해 '평창 롱패딩'의 가격은 14만9000원이다. 고가 패딩으로 학부모에게 '등골 브레이커'가된 패딩을 대체할 수 있는 가성비 패딩이 눈에 띄자 구매를 하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신성통상이 제조하고 롯데백화점이 올림픽을 기념해 독점 판매한 평창 롱패딩은 처음부터 3만장으로 한정 출시됐다. 50여년간 의류 제조를 통해 쌓은 제품력이 연예인 마케팅, 가성비, 한정판 효과 등이 섞이면서 전국적인 품절 대란이 일어났다. 급기야는 새벽부터 줄을 잇는 등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출시 약 한 달만에 전량 소진됐다.
심플한 디자인 역시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다른 제품들과 비교해 다를게 없고, 제품의 뒷면과 팔엔 ‘PASSION CONNECTED(하나 된 열정)’라는 슬로건을 새긴 게 전부다. 때맞춰 찾아온 이른 한파도 인기에 불을 지폈다.
◆ 제조사 신성통상, 일주일 만에 55% 폭등
'평창 롱패딩'이 인기를 끌자 동전주에 불과했던 신성통상의 주가도 11월 15일 기준 900원대였던 주가가 일주일만에 장중 55%가량 폭등했다. 롱패딩을 구하지 못한 이들이 신성통상이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 '탑텐', '폴햄' 등에서 내놓은 패딩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여세를 몰아 다른 의류 브랜드도 롱패딩 열기에 뛰어들었다. 이랜드, 유니클로, 유나이티드 등은 10만원 내외의 패딩을 출시했고, 급기야 일부 쇼핑몰에서는 5만원대 저렴한 패딩도 내놨다.
롱패딩 열풍은 패션업계에 가뭄 속 단비 같은 존재다. 최근 수년간 연속 따뜻한 겨울이 맞은 데다 한동안 업계 불황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전국적인 '패딩 앓이'에 아웃도어·패션업계, 백화점들은 모처럼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 내년에도 '패딩앓이' 이어질까?
이른 추위가 찾아온 데다 가성비 요소로 평창 롱패딩이 인기를 얻긴 했지만 전국적인 관심을 이끌어낸 것은 SNS 역할이 크다. 특정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는 '과시욕'이 주요하게 작용하면서 전연령층으로 퍼져나갔다.
여기에는 개인주의가 발달할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한 국내 소비자들의 '집단동조' 심리도 영향을 미쳤다. 다른 사람을 모방하려고 같은 상품을 따라 사는 미러링 현상이 한국에 유독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특히 평창 롱패딩은 한정판으로 출시돼 '득템'할 경우 과시 효과까지 있어 인기가 뜨겁다"며 "기업이 시즌마다 공략하는 아이템이 있는데 올겨울엔 롱 패딩이 타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롱패딩 열풍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날씨가 추워지고 있는 데다 최근 소비 심리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내년 1분기까지는 추운 날씨로 무릎까지 내려오는 롱 패딩 인기가 지속될 것"이라며 "설 연휴를 전후로 패딩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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