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오모 사피엔스'

입력 2017-12-26 17:41
‘아마존 고(Amazon Go).’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지난해 말부터 시범 운영 중인 무인 식료품 및 생활용품 매장이다.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 빌딩에 들어선 167㎡(약 51평) 규모의 가게에는 계산원과 계산대가 없다. 입장할 때 스마트폰으로 체크인한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골라 가게를 떠나면 자동으로 결제된다. 회원으로 가입(연회비 99달러)하고 스마트폰에 ‘아마존 고’ 앱(응용프로그램)만 설치하면 이용할 수 있다.

시범 서비스 초기엔 결제 착오가 적지 않았다. 수십 명의 소비자가 한꺼번에 입장한 뒤 빠르게 이동하며 쇼핑할 때는 센서들이 제대로 추적하지 못해 크고작은 오류가 생겼다. 진열 제품의 위치가 바뀌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아마존은 1년 만에 이 같은 기술적인 문제를 거의 해결하고 정식 개장을 준비 중이다.

‘아마존 고’는 아마존발(發) 유통 태풍의 또 다른 시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즉각적이고 편리한 온라인의 장점을 오프라인으로 옮겨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다. 유통, 교통, 교육시스템 등 일상 곳곳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통합 흐름이 가속화하고 있다. 마케팅 용어도 온라인·오프라인의 연계에 초점을 맞춘 ‘O2O(Online to Offline)’에서 양자 간 통합을 말하는 ‘O4O(Online for Offline)’로 진화하는 중이다.

빨라지는 온라인·오프라인 통합 흐름은 ‘오모(OMO) 사피엔스’라는 신조어도 만들어냈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얼마 전 발간한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2018 세계경제 대전망》은 ‘오모 사피엔스의 등장’을 2018년에 나타날 새로운 트렌드로 제시했다. 오모(OMO)는 ‘online merges with offline’을 줄인 말로, 일상 및 경제 활동 전반에 걸쳐 온라인과 오프라인 통합이 가속화하면서 인간 행동양식이 변화할 것이라는 의미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OMO서비스 시장은 내년 374억달러에서 2020년 756억달러로, 국내 시장은 4조3000억원에서 8조40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급격히 늘어나는 스마트폰 활용률, 손쉬운 모바일 결제시스템, 저비용·고성능 센서, 인공지능(AI)의 발달 등이 ‘오모 사피엔스 시대’를 앞당기는 요인이다.

주목되는 점은 중국의 발빠른 대응이다.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는 차세대 무인마트 프로젝트인 타오카페(Taocafe)를 지난 7월 선보였다. 중국 모바이크(Mobike)도 자전거와 도로, 목적지를 연결하는 세계 최대의 사물인터넷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오모 사피엔스 시대’를 여는 핵심 기술은 센서, AI 등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 기술들이다. 미국과 중국이 앞서 뛰고 있어 걱정스럽다.

김수언 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