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건부 승인
광저우 지방정부도 3조원 이상 투자 지원
2019년 상반기 공장 완공땐 패널 생산량 2배로 확대
글로벌 OLED 경쟁 '승기'
[ 노경목 기자 ]
요즘 중국 광저우 외곽의 LG디스플레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부지에는 타워크레인 30여 개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 8월 시작한 터파기 공사가 끝난 뒤 건물 골조 공사에 동원된 타워크레인이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의 투자 승인이 나지 않았더라면 헛돈만 쓸 상황이었지만 LG디스플레이는 위험을 감수하고 공사를 밀어붙였다. 2019년 상반기로 예정된 완공 기한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중국 OLED 공장 건설에 임하는 LG디스플레이의 결기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광저우 정부의 파격 지원
산업부는 9월부터 다섯 차례 열린 관련 회의에서 LG디스플레이에 “왜 중국에 지어야 하느냐”고 줄기차게 물었다. 이날 승인은 LG디스플레이의 설명을 산업부가 납득한 결과다.
LG디스플레이가 중국 투자에 나선 근본적인 이유는 투자재원 조달이었다. 이 회사는 LG전자와 소니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TV용 OLED를 추가 생산해야 하며, 삼성디스플레이가 세계 시장의 98%를 장악한 스마트폰용 OLED도 추격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스마트폰용 OLED 공장 하나를 짓는 데는 대략 3조원, TV용 OLED 공장을 짓는 데는 5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주력 제품인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이 지난 7월부터 계속 떨어지면서 자체 자금으로 투자금을 마련하기가 힘겨워졌다.
그 해답이 해외에 있었다. LG디스플레이는 우선 스마트폰용 OLED 투자를 위해 구글로부터 1조원을 유치했고, 애플에서 3조원을 선입금 형태로 받기 위해 치열한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TV용 OLED 공장은 광저우 현지 건설을 조건으로 중국의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냈다. 총투자비 5조원 중 광저우 지방정부 등이 지원하는 금액은 3조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금의 상당 부분이 대출 형태로 집행되면서 중국 측이 공장 건설비용의 60%를 내면서도 지분은 LG디스플레이가 70%를 보유하는 구조다.
회사 관계자는 “토지와 전기 및 수도 인프라도 광저우 시정부가 댈 예정”이라며 “한국에서 비슷한 규모의 OLED 공장을 지으려면 이런 파격적인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 주도권 잡겠다”
삼성전자가 중심이 된 QLED TV와의 경쟁을 감안하면 투자 시점을 더 이상 미룰 수도 없는 여건이다. 2000년대 중반 LCD TV와 PDP TV 사이의 경합에서 보듯 디스플레이 시장은 승리한 쪽이 다음 세대의 과실을 독식하게 돼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아직 세계 TV시장의 1% 남짓에 불과한 OLED TV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OLED 패널 공급을 대폭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광저우 OLED 공장이 완공되면 8세대를 기준으로 월 6만 장인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생산량은 두 배로 늘어난다. 이 물량은 대부분 중국에서 팔릴 가능성이 높다.
산업부는 광저우 공장 승인 조건으로 △소재 및 장비 국산화율 제고 △차기 투자의 국내 실시 △보안점검 및 관련 조직 강화 등을 내걸었지만 큰 걸림돌은 되지 않을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선익시스템과 국산 OLED 증착기 개발을 성공시키는 등 장비 국산화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다. 차기 투자 관련 내용도 “강제 사항은 아니다”고 산업부는 밝혔다.
LG그룹 고위관계자는 “기술이 유출되면 가장 타격받는 것은 LG디스플레이”라며 “보안 강화는 정부가 신경 쓰기 이전에 해당 기업이 먼저 챙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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