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우 와이바이오로직스 대표 "국내 최초 면역관문억제 항암제 개발할 것"

입력 2017-12-26 09:56


"면역항암제는 항암제 중에서 유일하게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을 높여주는 약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죠. 앞으로 대부분의 항암요법은 면역관문억제제를 같이 쓰게 될 것이고, 국산 면역관문억제제의 필요성이 커질 겁니다."

최근 대전 유성에 있는 와이바이오로직스 본사에서 만난 박영우 대표(사진)는 국내 최초 면역관문억제제 개발에 대한 계획을 전했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암세포의 면역반응 회피 신호를 억제해 면역세포가 암을 공격하게 만든다. 환자의 면역체계를 이용하기 때문에 기존 항암제의 독성 및 내성 문제를 극복했다. 다만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환자의 비율이 20% 수준에 그친다는 게 단점이다.

박 대표는 "앞으로의 항암 처방은 면역관문억제제를 같이 쓰는 병용요법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며 "병용으로 면역관문억제제 및 다른 항암제와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암연구소가 지난 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PD-1'과 'PD-L1'을 표적하는 면역관문억제제의 병용요법 임상 469개가 시작됐다.

이제 항암제 및 항암요법 개발에 있어 면역관문억제제는 필수적인 요소가 됐고, 원활한 개발을 위해서는 비싼 해외 면역관문억제제를 대체할 국산 의약품이 필요하다는 게 박 대표의 생각이다. 또 이미 5개의 면역관문억제제가 출시됐지만, 한국 및 신흥국에서 적정한 가격으로 사용될 수 있는 약물이 필요하다고 봤다.

새로운 PD-1·PD-L1 항체 발굴…내년 전임상 진입

박 대표는 LG생명과학(현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에서 14년간 항체 치료제 팀장을 지냈다. 이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도 다수의 항체신약 개발 국책과제를 진행했다. 2007년 와이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해 대주주로 있던 그는 2015년 대표로 합류해 항체신약 개발을 본격화했다.

박 대표는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인간에서 유래한 1000억개의 항체를 가지고 있다"며 "이를 통해 기존에 출시된 면역관문억제제와는 다른 PD-1·PD-L1 항체를 발굴해 경쟁력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PD-1과 PD-L1은 암세포의 면역 회피 반응에 관여하는 물질이다. 현재까지 승인된 면역관문억제제는 모두 PD-1과 PD-L1과 결합하는 항체를 통해 면역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치료제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고속 항체 검색 시스템을 통해 6개월 만에 PD-1·PD-L1 항체를 발굴해냈다. 신약 개발의 주요 화두가 '항체'인 현 상황에서 1000억개에 달하는 인간 유래 항체의 보유와 고속 검색 시스템은 와이바이오로직스의 강점이란 설명이다.

그는 "공동 연구를 검토하는 제약사들로부터 우리의 항체가 기존 면역관문억제제 대비 동등 이상의 효과를 낸다는 연구 결과를 전달받았다"며 "내년 동물실험(전임상)에 진입할 예정"이라고 했다.

CAR-T를 대체할 이중항체 기술 개발

와이바이오로직스는 면역항암제 'CAR-T'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중항체 기술 '앨리스'의 개발도 완료했다. CAR-T는 면역세포인 'T세포'를 조작해 암세포만을 공격하도록 만든 것이다. 암세포를 추적하기 위해 항체를 붙였다. T세포는 환자 본인의 것이 아니면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대량 생산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박 대표는 "앨리스는 한 쪽에는 T세포를 활성화시키는 항체를 달고, 다른 쪽에 암세포를 추적하는 항체를 달 수 있다"며 "T세포를 직접적으로 조작하지 않고, 환자 몸 속의 T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세포 실험에서 머크와 화이자의 PD-L1 면역관문억제제 바벤시오(아벨루맙), 와이바이오로직스의 PD-L1 후보물질(YBL-007), PD-L1에 앨리스를 적용한 물질(ACE-05)들을 비교한 결과 ACE-05의 T세포 활성도가 월등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 대표는 "T세포를 활성화시키는 앨리스는 암에 결합하는 항체만 바꾸면 다양한 암종에 적용할 수 있다"며 "최적화를 통해 내년 정도에는 전임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면역관문억제제 개발에 우선 집중할 것"이라며 "임상 2상 이후 조건부 판매 허가를 받을 수 있는 희귀암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주식 시장 상장은 2019년 상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내년 기술성 평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대전=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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