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SI] 해운물류에 블록체인 기술 적용하니…

입력 2017-12-25 21:17
"서류 위·변조 차단… 발급절차 간소화"


[ 이승우 기자 ] 해운물류에 블록체인(분산원장) 기술을 도입한 결과 선하증권(B/L)과 신용장(L/C) 등 물류 관련 서류의 위·변조를 예방하고 발급 절차도 간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SDS는 최근 기업, 정부, 연구소 등 38개 기관이 참여한 해운물류 블록체인 컨소시엄의 프로젝트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블록체인 기술의 해운물류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7개월 동안 물류 현장에 시범 적용했다.


공공거래장부로도 불리는 블록체인은 네트워크에서 거래 참여자들이 데이터를 검증·암호화해 분산된 원장에 보관하는 기술이다. 거래 당사자 모두가 거래 내역을 공유하고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각각의 장부를 대조하기 때문에 위·변조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현재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비트코인 등 각종 암호화폐가 주목받고 있지만 업계에선 블록체인 기술이 가진 파급력이 훨씬 더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류업계가 블록체인을 주목하는 이유는 물류 참여자 사이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서로 소통하는 국제물류의 경우 상대방이 제품을 보낼지, 물건을 수입하는 사람이 대금을 지급할지 등 다양한 신뢰성의 문제가 생긴다. 제품을 보증하는 인증서의 진위 여부도 문제다. 거래 상대방이 어떤 과정을 수행하는지도 전화나 이메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원자재 공급업자부터 화주와 선사, 세관, 은행, 소매업자까지 물류에 참여하는 모든 당사자들이 블록체인을 만들어 활용할 경우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이 거래 내용을 공유할 수 있다. 블록체인의 특성상 한 번 등록된 문서 내용은 변경할 수 없다. 모든 문서가 항상 원본 상태인 셈이다. 해운 관련 서류의 경우 내용 추가나 수정이 자주 발생하는데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문서의 수정 이력까지 볼 수 있다. 선화증권 및 신용장 발급과 같은 서류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은 물론 위·변조 위험에서도 안전하다. 영국 바클레이즈은행이 블록체인을 물류에 시범 도입한 결과 신용장 거래 기간이 10일에서 4시간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더리움 같은 블록체인에서 제공하는 ‘스마트 계약’을 이용하면 거래 과정을 자동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삼성SDS는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들과 시범 프로젝트 결과를 물류에 적용할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정부와 연구기관들도 블록체인 기술 적용을 위해 법률과 정책을 검토할 계획이다. 관세청은 내년부터 블록체인 기반 기술을 수출 통관·물류 서비스와 자유무역협정(FTA) 국가 간 원산지 증명서 자료교환 서비스 등 관세행정에 시범 적용한다.

김형태 삼성SDS 부사장은 “이번 시범 프로젝트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이 해운물류 정보망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물류분야에 블록체인을 적용한 사례를 계속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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