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으로 모든 질병 진단한다며
거짓말로 투자 끌어모았다 추락
1억달러 조달 성공…재기 노려
[ 뉴욕=김현석 기자 ] 한때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이던 테라노스가 회생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피 몇 방울로 200여 가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혈액진단 기술 ‘에디슨’을 내놓아 선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2014년 100억달러(약 10조8000억원)로 치솟았던 기업가치는 에디슨이 거짓 기술로 밝혀지며 속절없이 추락했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테라노스의 엘리자베스 홈스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지난 22일 투자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에서 1억달러 대출을 받았으며, 이는 2018년 한 해 회사를 운영하기에 충분한 돈”이라고 밝혔다. 올초 일본 소프트뱅크에 33억달러에 인수된 투자사 포트리스는 부실자산 등에 투자하고 있다. 대출은 테라노스의 특허를 담보로 하며, 테라노스는 포트리스에 지분 4%를 취득할 권리를 줬다.
테라노스는 미국 스탠퍼드대 화학과를 중퇴한 홈스 CEO가 19세 때인 2003년 세운 회사다. 혈액진단 기술 에디슨을 앞세워 총 9억달러에 이르는 투자를 유치했으며, 2014년 기업 가치가 100억달러로 평가됐다. 2015년 10월 WSJ가 내부자를 인용해 ‘240개 혈액 검사 중 15개만이 자체 기술을 사용했으며 검사 결과도 비정상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하며 몰락이 시작됐다. 미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조사에 나섰고, 투자자와 고객들의 소송이 줄 이었다.
테라노스는 지난해 연구소 세 곳을 폐쇄하고 미니랩이라는 바이러스 진단기구를 상업화하는 데 집중해왔다. 이 기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현재로선 지카바이러스 검진에 대한 테스트만 FDA에 신청한 상태다.
WSJ는 “테라노스가 최근 미니랩 관련 논문이 한 의학 학술지에 실렸다고 발표했으나 논문 데이터는 모두 주사로 채취한 혈액 샘플에 기반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테라노스는 지난 5월 제약사 애보트의 진단부문 자회사 CEO였던 카스 그랜던을 고용했지만 그는 6개월 만에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