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굴레' 벗은 홍준표… 친정체제 강화, 대여당 투쟁 강도 높일 듯

입력 2017-12-22 18:32
수정 2017-12-23 07:27
대법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무죄 확정 판결

홍준표 대표 "누명 벗어 다행스럽다"
"자유 대한민국 지키는데 전력… 증거조작 검사들 책임 묻겠다"

'출마 준비' 최고위원 사퇴 요구
한국당, 친홍체제로 재편 예고
당내 일각 '사당화' 강력 비판


[ 박종필 기자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으면서 당 혁신 작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한국당이 홍준표 체제로 더욱 빠르게 재편되면서 대여(對與) 투쟁 강도도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준표 “여론조작 정권에 맞서겠다”

홍 대표는 이날 판결 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누명을 벗게 돼 다행스럽다”며 “나를 둘러싼 음해와 질곡에서 벗어나 이제 한국 보수우파의 중심으로서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지난 2년8개월 동안 어처구니없는 사건에 휘말려 ‘폐목강심(閉目降心: 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히다)’의 세월을 보냈다”고 토로했다.

검찰을 향해서도 포문을 열었다. 홍 대표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증거를 조작한 검사들에 대해서는 응분의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말했다. 다만 성완종 리스트 사건 수사책임자였던 문무일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증거 조작 등을) 지시하거나 가담했다고 믿지 않는다”며 “증거를 조작한 검사가 (따로) 있다”고 선을 그었다. 홍 대표는 국회의원이던 2011년 6월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지시를 받은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2015년 7월 기소돼 1심에서 유죄,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정치권에선 홍 대표가 ‘족쇄’에서 벗어난 만큼 당내 리더십이 한층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홍 대표는 그간 재판 중이어서 리더십이 불안정하다는 지적을 당 안팎으로부터 받아왔다. 홍 대표는 “정책 혁신을 통해 한국당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며 “제2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정책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책 혁신 방향에 대해선 “중산층과 서민 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여 투쟁 강도도 높인다는 방침이다. 홍 대표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철저한 반성과 내부 혁신으로 내년부터 신보수주의 정당으로 새롭게 시작할 것”이라며 “나라 같지 않은 나라를 만들어 가는 여론조작 정권에 맞서 자유 대한민국을 굳건히 지키는 이 나라의 대들보가 되겠다”고 밝혔다.

◆당내 일부 ‘사당화’ 비판

당내 일부에선 홍 대표가 당을 ‘사당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태흠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이 홍준표 사당화하고 있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지방 조직 정비를 위한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류석춘 혁신위원장 등 홍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을 임명한 데 대한 반발이다.

그러나 홍 대표는 “자기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그런 식으로 뛰쳐나가는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걸핏하면 삿대질하고 고함을 치는 사람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일축했다. 홍 대표는 당협위원장 박탈에 항의하고 있는 류여해 최고위원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도 “질문 안 받겠다. 질문거리가 돼야 답변을 한다”며 당협위원장 교체를 그대로 밀어붙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당 지도부도 ‘친홍(친홍준표)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홍 대표는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최고위원들에게 연말까지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당내에선 홍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 최고위원에 임명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