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UAE 자극할 수 있다"… 한국당 "원전 뒷거래 조사하다 참사"

입력 2017-12-21 20:41
'임종석 특사 파견 의혹' 공방 갈수록 격화

'특사파견 해명'에 부정적인 청와대
"추후 양국 외교관례 따라 브리핑할 수 있을때 할 것"
여당 "허무맹랑한 정치쇼"

한국당 "국교단절 위기 초래"
김성태 "청와대, 박근혜 정부에 뒤집어씌워
진실 안밝히면 특단의 입장 발표"

원전 계약해지·공사 중단설 나돌아…산업부·한전 "사실 아니다"


[ 서정환/조미현/박종필 기자 ]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특사 방문을 둘러싸고 정치권 안팎에서 각종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21일 임 실장의 UAE 특사 파견 이유를 소상히 설명해 달라는 요구에 “상대국을 자극할 수 있다”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공교롭게도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왕세제의 조카가 임 실장의 휴가기간(18~21일)인 지난 19일 전용기를 타고 한국을 극비 방문한 뒤 이날 돌아간 것으로 확인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무함마드 왕세제는 임 실장이 UAE를 방문했을 때 만난 인물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UAE 왕세제 조카가 들어온 것은 금시초문”이라며 “임 실장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임 실장의 UAE 특사 방문과 관련,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UAE 간 원전 수주에서 뒷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뒷조사를 하다가 일어난 참사”라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나 대통령 핵심 측근이 와서 사과하지 않으면 그냥 있지 않겠다는 (왕세제 측의) 단호한 태도 때문에 문 대통령의 방중을 앞둔 그 시기에 갈 수밖에 없었다는 현지 제보가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의 해명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를 들먹이며 소원해진 관계를 수습하고자 급파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뒤집어씌우기도 유분수”라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MB의 뒤꽁무니를 캐기 위해 UAE 원전 사업의 계약 과정을 들여다보다 발각됐고 국교 단절 및 원전 사업의 엄청난 위기가 초래된 것”이라며 “현지와 국제사회가 다 아는 사실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임 실장이 즉각 복귀해 국민적 의혹을 소상하게 설명하지 않으면 한국당은 특단의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원내정책회의에서 “파병부대 위문을 위해 갔다 그러더니 어제는 UAE와 박근혜 정부 때 소원해진 관계 복원 때문에 갔다고 말을 바꿨다”며 “적폐청산을 위해 전 정부의 적폐를 다 까뒤집는 정부가 왜 박근혜 정부 때 관계가 나빠졌는지 그 이유는 못 밝힐 이유가 어디 있냐”고 따져물었다.

이날 정가에는 “이미 UAE 측에서 원전 공사 계약 해지를 (한국 측에) 통보했고, 수조원대 공사비 지급이 중단되고 있다”는 내용의 미확인 정보(일명 찌라시)가 카카오톡을 통해 급속히 퍼졌다.

더불어민주당은 근거 없는 의혹 제기이며 지난 19일 운영위원회도 정치 공세라고 반박했다.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비서실장의 출석 요구서를 보내지도 않은 채 출석을 안 했다고 문제를 삼는 것은 허무맹랑한 정치쇼이고 황당무계한 코미디”라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이 같은 소문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며 현재 정상적으로 공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임 실장의 UAE 특사 방문과 관련해 공식 브리핑을 하는 것 자체가 “저쪽(UAE)을 자극할 수 있다”며 “추후 양국 외교 관례에 따라 공식적인 브리핑을 할 수 있을 때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 9일 임 실장의 UAE 레바논 등 중동 특사 방문과 관련, 현지에 파견된 우리 군 아크·동명부대 격려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야당이 UAE의 원전 건설 중단과 국교 단절 움직임 때문에 임 실장을 특사로 보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양국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19일에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박근혜 정부 때 소원해진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서”라고 말을 바꿨다. 이 관계자는 “야당이 주장하는 내용은 사실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서정환/조미현/박종필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