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규 산업부 기자) 대우조선해양 노사가 21일 작년과 올해 임금을 동결하고 성과급을 받지 않는 내용의 임금 및 단체협상에 잠정합의했다. 노조가 2년만에 전면 파업에 돌입하고 노조 위원장이 거제조선소내 17m높이의 조명탑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며 진통을 겪었지만 예상보다 빨리 합의에 도달했다.
대우조선 노사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신규 채용시 종업원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내용의 ‘세습 조항‘도 삭제했다. 대신 35년 근속시 본인과 직계 가족1명에 대해 5일간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포상은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또 임금반납에 동참한 직원은 새마을금고를 통해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해주고 이자는 회사가 부담하기로 했다. ‘전액본인부담금 의료비’도 회사측이 지원 항목을 추가했다.
내년에 대폭 인상되는 최저임금 문제는 일부 수당을 기본급으로 전환하는 식으로 타협했다. 전체 직원의 10~20%가량이 상여금을 제외한 기본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 임단협 관련 노사 합의는 22일 조합원 찬반투표가 남아 있어 아직 최종 타결여부를 예측할 순 없다. 노조 집행부에 대한 노조원들의 반발도 심각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한 노사 갈등은 언제든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정부가 10조원의 혈세를 투입해 살린 대우조선이 또 다시 노사갈등을 겪은 것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아직은 좀 더 허리띠를 졸라 매야지 파업을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초 장기적으로 ‘빅2(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체제가 적합하다는 맥킨지 컨설팅의 최종 보고서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을 살리기위해 10조원을 쏟아부었다. 2015년 10월 4조2000억원(유동성 지원), 올해 3월 5조8000억원(유동성 지원+출자전환)의 지원을 통해 대우조선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피하게 됐다.
금융권에서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물린’ 자금이 워낙 커 대우조선의 문을 닫을 경우 국책은행의 존립도 위태로워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고 분석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2015년 10월과 올해 3월 정부로부터 대규모 자금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쟁위금지 동의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번에 파업을 벌이면서 이러한 약속을 깼다. 대우조선 노조 측은 올해 영업이익이 1조원이 났고 수주도 회복됐기 때문에 성과를 나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거제의 민심을 우려한 정부가 구조조정에 ‘느슨한’ 태도를 보인 점도 노조원들이 다시 목소리를 높이게 된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금융위원회 어느 한 곳도 거제에 조선소를 둔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의 인력감축에 호의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올들어 영업이익이 1조원 가량 났지만 이는 대부분 작년 과도하게 보수적인 회계기준을 적용한 데 따른 반사이익 덕분”이라며 “제 실력으로 1조원을 벌어들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국책은행의 자금수혈로 살아난 대우조선 노사는 회사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 /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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