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규 건설부동산부 기자) 서울 성동구에서 전국 최초로 공급한 ‘공공임대상가’가 5개월째 공실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임대료가 주변 시세의 60%에 불과하지만 불리한 입지, 짧은 계약 기간 탓에 임차인들은 이를 외면하는 실정입니다. 성수동2가에 신축하고 있는 8층 규모의 공공임대상가 건물 역시 대로변에서 멀고 배후수요가 마땅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20일 방문한 성수동 ‘서울숲IT캐슬’ 1층에 있는 점포 4실엔 공공안심상가임을 알리는 현수막만 펄럭이고 있습니다. 지난 7월부터 임차인을 모집했지만 5개월째 비어있습니다. 성동구청에 따르면 입주 의사를 밝힌 임차인은 1명뿐이었고 그마저도 최종 거부 의사를 통보했습니다. 문의 전화 30여통이 걸려왔지만 타 자치구에 거주하는 사람들이어서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성동구청은 내년부터 서울시 전체로 임차인 모집을 확대할 방침입니다. 해당 점포는 성동구에서 12억원을 들여 매입했습니다.
단기 공공안심상가의 3.3㎡당 임대료는 5만~6만원으로 인근 시세(9만~10만원)보다 저렴합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외진 곳에 위치해 수익성이 없다는게 상가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해당 상가에 방문할 수 있는 대중 교통 수단은 버스정류장 1곳뿐입니다. 서울숲IT캐슬 입주 기업들이 배후수요인데, 이들이 출근하지 않는 주말엔 매출을 올리기가 더 힘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현재 1층엔 공인중개업소와 편의점 각각 1개씩만 영업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임차인들은 최장 2년에 불과한 계약기간이 달갑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 7월에 입주 희망자들이 많이 왔다 갔는데 공통적으로 계약기간이 너무 적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며 “인테리어 등 시설에 투자한 비용을 건지고 수익을 올리기 위해선 실제 더 많은 기간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성동구는 현재 시공 중인 성구동2가의 장기안심상가(5년 이상 임대 가능) 입주 공고를 조만간 낼 계획입니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설 자리를 잃은 전국 상가 임차인이 모집 대상입니다. 전문가들은 상권이 열악해 이마저도 활성화가 어렵다는 의견입니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유동인구가 드물고 영세 근린업종이 많아 외부 수요 유입에 한계가 있어 보인다”며 “당장 창업을 통해 수익을 거둬야하는 상인들은 위험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근 건물주와 상인들은 신축 상가로 인해 유동인구가 그 쪽으로 몰릴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한 상인은 “또 다른 젠트리피케이션이 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성동구청 관계자는 “해당 사안들에 대해 내부 협의를 거쳐 보완점을 찾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끝) /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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