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차 배우' 곽도원 "영어 연기가 제일 어려웠어요" [인터뷰]

입력 2017-12-21 07:57
수정 2017-12-21 15:49
영화 '강철비' 곽철우 役 곽도원 인터뷰



예능 출연 이후 사랑스러운 반전 매력으로 얻은 별명 '곽블리'. 여기에 '행복 전도사'라는 수식어를 하나 더 추가하고 싶다. 그와 함께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그가 웃으면 저절로 따라 웃게 된다.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든 마성의 배우 곽도원의 이야기다.

곽도원은 지난 14일 개봉한 영화 '강철비'(감독 양우석)의 주인공으로 열연했다. '강철비'는 북한 내 쿠데타가 발생하고, 북한 권력 1호가 남한으로 피신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로, 대한민국의 일촉즉발 핵전쟁 위기를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최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곽도원은 "'곡성'은 망할 줄 알았는데 대박이 나고 '아수라', '특별시민'은 잘 될 줄 알았는데 뉴스가 더 재미있더라"며 기자를 보자마자 흥행 예측의 어려움을 토로해 웃음을 안겼다.

이번 영화에 대해서는 "아무도 다치지 않고 통일이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담긴 영화"라고 설명하며 "이 이야기가 세상에 던져졌을 때 갑론을박이 벌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털어놨다.

극 중 곽도원은 최고 엘리트 코스만을 밟아온 남한 외교안보수석 곽철우로 분했다. 그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 등 3개 국어를 능통한 엘리트적인 모습과 특유의 유머러스한 매력을 선보였다.

곽도원은 "너무 힘들었다. 연기만 26년 째인데 영어 대사가 안 외워진다고 현장에서 펑펑 우는 꿈을 꿨다"며 "그래서 촬영 때까지 한 달이 넘도록 매일 자기 전에 영어 대사를 외우면서 잤다"고 그간의 노력을 밝혔다.


함께 출연한 정우성은 북한의 권력 1호와 함께 남한으로 내려온 북한 최정예 요원 엄철우 역을 맡았다. 곽도원과 정우성의 만남은 '아수라' 이후 두 번째다.

곽도원은 정우성에 대해 "한계를 생각하지 않고 연기를 준비하는 배우다. '아수라' 때 온몸이 성할 날 없는 액션신이었는데 전혀 요령을 안 피우더라. 20대 초반부터 이 판에 있으면 요령도 피울 텐데 그런 게 없다. 배울 점이 참 많은 친구"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 '강철비' 촬영에서도 정우성이 아닌 엄철우를 만나 이야기하는 것처럼 마음이 짠하고 목이 메였다고. 곽도원은 "그게 바로 메소드 연기다. 나도 그렇게 되기를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배우는 쓰이는 존재다. 연극할 때는 배우 목숨이 파리목숨이라는 말도 한다. 아무도 안 써주면 끝"이라며 "연기로 인정받고 믿어주는 것이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그래서 지금이 행복하다"고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강철비'를 시작으로 20일에는 '신과함께', 27일에는 '1987' 등 만만치 않은 경쟁작들이 몰려와 연말 극장가 빅3 경쟁을 펼친다.

곽도원은 "정말 다른 색깔의 영화들이다. 같은 시기이긴 한데 일주일씩 텀이 있어 관객들 입장에선 재미있을 것 같다"며 "연말 스케줄을 짤 때 세 영화를 하나씩 집어넣어 달라"고 요청했다.

한예진 한경닷컴 기자 geni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