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보건산업 종합발전계획을 발표했다. 제약·의료기기·화장품을 아우르는 보건산업에서 2022년까지 새 일자리 10만 개를 만들어내고, 수출도 지금보다 100억달러 늘어난 210억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게 요지다. 보건복지부가 이날 제약·바이오 벤처 1100개 창업 지원, 글로벌 신약 15개 개발 지원, 연구개발(R&D)비 100% 증액 등을 담은 ‘제2차 제약산업 5개년 종합계획’ 등을 내놓은 것은 보건산업을 ‘혁신성장 선도산업’으로 키우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를 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약과 줄기세포 등 치료제를 개발하는 제약·바이오가 60~70%를 차지하는 보건산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분야로 꼽힌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세계 보건산업 규모는 2016년 1조9000억달러(약 2052조원)에서 2022년 2조4000억달러(약 2592조원)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 규모도 작년 37조5000억원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7.3% 성장했다. 정부가 제2차 제약산업 5개년 종합계획에서 ‘국민에게 건강과 일자리를 드리는 제약 강국 도약’을 비전으로 내건 것도 제약 산업의 중요성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업계의 신약 개발 의지를 북돋우는 방안이 빠져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제약사가 새 약을 개발해도 약값은 성능이 비슷한 기존 약품 수준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효과가 크게 향상된 ‘혁신신약’은 비교 대상이 거의 없어 신약개발에 따른 높은 리스크와 막대한 개발비용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는 구조다. 신약 개발에는 평균 14년, 개발비용 2조7000억원(글로벌 신약 기준)이 소요된다.
현행 ‘사용량-약값 연동제’도 신약 개발 의욕을 꺾는 대표적인 제도로 꼽힌다. 제약사가 좋은 약을 만들어 많이 팔수록 약값을 내려야 한다. 대량 생산·판매에 따라 약품 제조원가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한 조치라고 하지만 혁신에 보상은커녕 벌금을 물리는 격이다. 이래서는 제약산업을 혁신성장 선도산업으로 키우기가 어렵다. 신약에 제값을 쳐줘야 정부가 말하는 ‘제약 강국’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