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 MBK파트너스 지분 26.8% 인수 추진
2조원대…업계 "보유현금 적어 가능성 낮다"
[ 김정은/정영효 기자 ]
웅진그룹이 핵심 계열사이던 코웨이를 다시 사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웅진그룹은 2012년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현금 확보를 위해 2013년 코웨이를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1조2000억원에 매각했다. 당시 맺었던 겸업금지 조항이 내년 1월 풀려 웅진그룹은 렌털사업에 다시 진출할 수 있게 된다. 정수기 렌털사업은 웅진의 화려한 성장을 이끌던 원동력이자 그룹의 정체성이었다. 윤석금 회장(사진)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자금 조달 등 넘어야 할 장애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윤석금 회장의 정면돌파
웅진그룹은 MBK파트너스에서 코웨이 지분 26.8%를 인수하기 위해 실무작업을 주도할 재무자문사로 삼성증권을, 법률자문사로 법무법인 세종을 선정했다고 19일 밝혔다. MBK파트너스에도 지분 매입 의사를 전달했다.
예상 금액은 코웨이 현재 주가로만 따져도 2조원대다. 코웨이의 시가총액은 8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지주사인 웅진의 현금성 자산(3분기 말 기준)은 1200억원이다. 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서 자금을 지원받는다 해도 제3자의 조력이 필요하다. 웅진그룹은 인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재무적 투자자(FI) 한 곳을 영입해 MBK파트너스와 수의계약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웅진은 코웨이의 우선매수청구권도 보유하고 있지만, 이는 코웨이를 인수하겠다는 제3자가 있어야 행사가 가능하다.
웅진은 코웨이를 MBK파트너스에 매각했을 당시 ‘정수기와 비데 등 코웨이의 기존 사업에 5년간 진출해선 안 된다’는 겸업금지 조항에 묶였다. 이 조항은 내년 1월에 끝난다. 올해 렌털업계에 다시 뛰어들 계획인데 코웨이 인수와 자체 사업 추진 방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렌털의 ‘원조’ 회사답게 생활가전 렌털사업에 대한 윤 회장의 의지는 확고하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코웨이 인수를 위해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 가능성 낮아”
웅진 꼬리표를 떼어낸 코웨이는 훨훨 날고 있다. 지난해 CJ 출신 마케팅 전문가인 이해선 대표가 취임하면서 국내외로 외형과 내실을 다져왔다. 지난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889억원, 127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부터 코웨이 매각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투자은행업계는 웅진의 인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웅진의 자금력으로는 무리라는 것이다. FI를 끌어들일 가능성도 높지 않다. 2조원대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사모펀드(PEF) 운용사는 글로벌 PEF 정도인데, 이들은 모두 자체 경영능력을 갖춘 경영권 인수 전문 운용사다. 굳이 웅진과 손잡을 이유가 없을뿐더러 거금을 들여 인수한 회사의 경영권을 윤 회장에게 맡기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MBK 관계자는 “웅진그룹과 협상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MBK는 경쟁 입찰을 거쳐 시장에서 평가받은 가격으로 우선매수권을 가진 웅진그룹과 협상할 수 있다. 투자금 회수를 결정하지 않은 시점에서 웅진과 협상할 유인이 없다는 얘기다. 양측이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점도 거래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MBK가 지난 5월 코웨이 지분 4.38%를 시간외 대량 매매로 팔자 웅진은 우선매수 권한을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달 패소했다.
김정은/정영효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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