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보는 대평동 수리조선 이야기
부산 영도구 남항동 깡깡이마을을 이야기할 때 ‘산업’은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본래 포구였던 깡깡이마을에 1912년 대한민국 최초의 근대식 조선소인 ‘다나카(田中) 조선소’가 들어서면서 이곳은 대한민국 조선 산업의 근거지가 됐다.해방 후에도 조선업을 그대로 유지해온 이 마을에는 현재 여덟 군데의 수리조선소와 260여 곳의 선박 수리 공장과 부품 업체가 밀집해있다.
깡깡이마을은 항구도시이자 대한민국 근대 조선 산업의 발상지인 부산의 산업적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거대 도시의 산업도 시대에 따라 부침(浮沈)하며 급격히 변화하는데 반해, 작은 지역에 불과한 깡깡이마을이 뛰어난 기술과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수리조선업을 100년 넘게 유지해 온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그러한 역사적 사실과 숨은 비결 등은 부산의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할 때 중요한 부분이지만 깡깡이마을의 산업 이야기는 그동안 제대로 연구되거나 알려진 바 없다. 이번에 발간하게 된 <깡깡이마을 100년의 울림 - 산업>(산업 편)은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작업이다.
깡깡이예술마을 사업단에서는 마을의 역사를 주민은 물론 외부인도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도록 ‘마을박물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박물관하면 흔히 떠오르는 딱딱한 공간만이 아닌 거리나 책을 활용해 열린 형태의 박물관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마을 역사 및 주민 생애를 조사·기록하는 작업을 진행했고, 단행본 3부작 시리즈(역사/산업/생활)를 기획해 올해 3월 말 그 첫 번째 결과물인 <깡깡이마을 100년의 울림-역사>를 발간했다.
그 속편에 해당하는 산업 편에서는 수리조선소 안에서 이뤄지는 작업과 대평동 조선 산업의 역사, 공업사 및 부품공장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 산업화의 숨은 주역인 깡깡이마을 사람들의 삶을 조명한다. 깡깡이예술마을 사업단은 이 책이 깡깡이마을 주민 및 기술자 분들에게는 애향심과 자긍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독자 및 방문객에게는 일종의 마을 안내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방 후 조선 시설을 불하받은 민간 기업가들과 뛰어난 목수들이 수리조선소를 성장시키면서 차차 마을에는 엔진 및 각종 부품 제조?수리 공장들이 연이어 들어선다. 1970년대에 이르면 깡깡이마을은 명실상부 수리조선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한다.해방과 전쟁 등의 과도기 속에서도 깡깡이마을이 수리조선업으로 전성기를 맞을 수 있었던 비결은 각 분야(엔진, 선박 전기, 목형, 프로펠러 등)에서 최선을 다한 기술자들의 노력 덕분이었다.
“선박들의 종합병원이 수리조선소라면 엔진, 전기, 부품 등을 담당하는 깡깡이마을의 공업사와 부품업체들은 종합병원의 내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과 같은 곳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각 분야 최고의 기술을 가진 장인들이 있다. (중략) 처음에는 일본에서 건너 온 기술을 받아 후발 주자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최고의 선박 수리기술자로 장인의 반열에 우뚝 섰다.” (본문 83페이지)
“한 해 중 가장 많은 선박들이 수리를 하는 5월이 되면 대평동은 배를 고치기 위해 들어온 선박들로 북새통을 이뤘으며 1980년대에는 정식으로 국교가 수립되지 않은 소련 배들이 인도주의적 차원의 입항 허가를 받고 들어와 수리를 받고 떠나곤 했다. 대평동에서 가장 큰 조선소였던 ‘대동조선’에서는 선박을 만들어 세계로 수출을 하기도 했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며 70~80년대 대평동의 선박 수리기술은 절정에 이르게 된다.” (본문 78페이지)
“선반 하면서 기계 제작하는 사람들은 항상 머릿속으로 만들 것의 그림을 그려. 이걸 어떻게 해서 어떻게 깎고 이렇게. 그렇게 순서를 하나하나 매기다 보면, 자다가도 그런 꿈을 꾼다니까. 피곤하다가도 그래도 아침이 되면 또 새로운 마음이라. 일 자체가 자꾸 뭔가 변형이 생기거든. 그래서 성취감이 굉장히 많아요.” (부영기계 임형욱 사장, 본문 122페이지)
쉴 새 없이 드나드는 운반차량, 바삐 움직이는 크레인,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 멀리서 보면 수리조선소 전체가 거대한 기계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진 깡깡이 아지매가 있고,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부심 하나로 40~50년간을 버텨온 각 분야의 기술자들이 있다. 그들의 뜨거웠던 삶을 삽화나 일러스트를 활용해 따뜻하게 그려냈다.
이번 책 작업에 지역의 청년문화인(작가 현수, 청년활동가 우동준, 만화가 배민기, 일러스트레이터 이세윤, 평상필름 권용협?최병훈)이 참여해 윗세대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표현했다. <깡깡이마을 100년의 울림 - 산업>을 통해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수리조선의 세계 속으로 한 걸음 다가와주길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2015년 8월, 영도 대평동 깡깡이마을은 부산시 예술상상마을 공모사업(민선 6기 공약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현재까지 도새재생 프로젝트인 깡깡이예술마을 조성사업이 진행 중이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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