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로봇株 청약 열기
4분기 공모주 청약 받은 17개社
경쟁률 평균 461대 1로 높아져
거래소 "상장 늦으면 평가 손해"
기업들 설득… 연말 쏠림 완화
[ 이태호 기자 ]
신규 상장기업들의 과도한 연말 쏠림에 따른 청약부진 현상이 5년 만에 해소됐다. 한국거래소와 증권사들이 기업에 청약 절차를 서두르도록 적극 설득하면서 상장 시점이 비교적 고르게 분산된 덕분이다. 업종별로는 친환경과 로봇 등 신성장 산업이 인기를 끈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 청약 경쟁률 상승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월부터 이달 15일까지 주식시장 입성을 위해 공모주 청약 신청을 받은 회사는 모두 17곳(기업인수목적회사 제외)으로 평균 461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나타냈다. 지난 7~9월 23개사, 453 대 1보다 기업 수는 줄고 경쟁률은 높아졌다.
4분기 청약 경쟁률이 3분기를 웃돈 것은 연말 경쟁률 ‘절벽’ 현상이 극심해지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처음이다.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매체인 마켓인사이트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4년간 3분기 청약 경쟁률은 평균 491 대 1, 4분기는 271 대 1로 급격한 경쟁률 하락 현상이 나타났다. 신규상장 기업 수는 각각 평균 12개사와 31개사로 4분기가 두 배 이상 많았다. 12월 결산기업들이 통상 3~4월에 나오는 감사보고서를 받아든 뒤에야 준비에 나서다보니 조금만 지체해도 상장일이 11~12월에 잡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한 뒤 상장을 완료하기까지는 평균 5개월 정도 걸린다.
신규상장 기업이 73곳에 달했던 2015년의 경우 절반을 웃도는 39개사 상장일이 10~12월에 몰리기도 했다. 이 기간 청약 경쟁률은 263 대 1로 3분기(578 대 1)의 절반 이하로 추락했다. 청약 부진을 우려한 기관투자가들이 수요예측 때 기업가치를 낮춰잡으면서 상장 철회도 속출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와 증권사들이 기업들을 적극 설득하면서 올해는 쏠림 현상이 크게 완화됐다”며 “지난 수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연말에 상장하면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상장 추진 기업에 퍼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코스닥시장의 가파른 상승도 연말 청약 부진 해소에 일조했다. 코스닥지수가 11.1% 급등한 지난 11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4개사의 청약 경쟁률은 평균 607 대 1에 달했다.
◆환경·로봇 등 신산업 조명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선 친환경에너지와 스마트공장 등 신성장산업이 큰 관심을 모았다. 친환경 발전 플랜트업체인 비디아이가 청약 경쟁률 1239 대 1로 60여 개 신규 상장기업 가운데 1위에 올랐다. 지열발전 설비업체 이더블유케이는 1160 대 1로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교통 솔루션업체 에스트래픽(1128 대 1), 4위는 로봇 모션제어업체인 알에스오토메이션(1059 대 1)이 차지했다. 정부가 자율주행과 스마트공장 등 4차 산업혁명 지원 의지를 보이면서 개인들의 관심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개인과 달리 기관투자가들은 주로 힘스(디스플레이 제조기계), 메카로(반도체 소재), 와이엠티(반도체용 화학물질 제조) 등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업체에 관심을 보였다. 이들 회사는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 1~3위에 오르며 공모가격을 희망범위에서 확정하는 행운을 누렸다.
일반투자자들이 낸 증거금(주식가격의 50%) 기준으로는 올해 ‘최대어’인 넷마블게임즈가 약 7조7000억원을 모은 것을 비롯해 CJ그룹 계열 드라마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6조7000억원), 바이오의약품 개발회사인 티슈진(6조원), 한진그룹 계열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5조1000억원) 순으로 컸다.
올해 코스닥시장의 공모 규모는 3조4000억원을 웃돌아 2000년 약 2조6000억원 기록을 크게 누르고 사상 최대를 나타냈다. 올해 최대어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판매업체인 셀트리온헬스케어로 1조87억원을 모집했다. 다음으로는 하림그룹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4218억원)와 스튜디오드래곤(2100억원), 티슈진(2025억원) 순으로 모집금액이 컸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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