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진 IBK기업은행장(사진)이 오는 28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그간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체질개선에 노력하며 실적을 끌어올린데다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며 '내실다지기'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다만 타 시중은행 대비 취약한 비은행 부문과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1조원 돌파…中企 대출 주목
18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2476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1조1646억원)을 3분기 만에 넘어선 것이다.
3분기만 떼놓고 봐도 당기순이익 4481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60% 가까이 증가했다. 순이익 증가는 순이자마진(NIM) 개선과 견조한 여신 성장에 따른 이자수익 증가, 비이자이익 개선 등 수익성 강화에 기인했다는 게 기업은행의 설명이다.
증권가는 기업은행의 올해 순이익이 1조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가의 발목을 잡았던 NIM과 건전성 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3분기 NIM은 1.96%를 기록해 지난해 말(1.91%) 이후 개선세를 나타나고 있으며, 연체율(0.55%) 고정이하여신비율(1.41%)은 모두 감소했다. 최근 2개 분기 고정이하여신 순증 규모도 5000억원 내외로 하향 안정화됐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이 취임 후 체질개선에 노력한 점이 호실적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여기에 국내외 경기회복, 금리인상 등 호재도 맞물렸다.
김 행장은 취임 일성으로 밝혔던 '동반자 금융'을 추진하며 본연의 역할인 중소기업 지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반자 금융의 골자는 중소기업 성장 단계에 맞춘 금융지원과 10만개 일자리 창출이다.
이러한 선언에 힘입어 기업은행 대출 성장의 축은 다시 중소기업 대출로 이동한 모양새다.
시장에선 중소기업 여신시장에서 기업은행의 경쟁력이 다시 부각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기업은행의 3분기 중기대출 잔액은 지난해 3분기 135조원에서 올 3분기 142원으로 증가했다. 중기대출 점유율은 22.5%로 업계 1위다. 올해 기업은행의 중기대출 지원액 목표는 43조5000억원으로 3분기까지 37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현장 목소리 들어야"…직원들과 소통 강조
김 행장이 '중소기업 챙기기'만큼이나 신경 쓰는 부분은 직원들과의 소통이다.
그는 취임 후 3년 간 전국 650여개의 점포를 방문해 현장의 직원들을 챙기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현재까지 200여개의 지역 점포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삼겹살 회식' 등을 통해 직원들과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은행 내부 출신 행장이 조직을 진두지휘하는 점도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는 요인이다. 김 행장은 '월급쟁이의 신화'로 불린다. 경북 의성 출신인 그는 1985년 기업은행에 월급쟁이로 입사한 후 전략기획부장, 카드마케팅부장, 기업금융센터장, 경영전략그룹장 등 요직을 거치며 현재의 자리에 올랐다.
기업은행 역대 4번째의 내부 출신 수장이자, 조준희·권선주 전 행장에 이어 세번 연속으로 자행 출신 행장이 배출된 것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의 공공성을 확보하면서도 시중은행과 경쟁해야 한다는 특수성이 있다"며 "전문성을 가진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고 직원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실망이 많았던 전임 행장들과 달리 김 행장은 직원들과 적극 소통하는 모습이 반갑다"며 "기업은행 비전에 대한 큰 그림을 직원들과 함께 그리려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김 행장은 '친박' 코드 인사 논란에 얼굴을 붉혔던 노동조합과도 순탄한 관계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행장이 취임 후 '차별 없는 조직을 만들겠다'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작업을 지시한 부분에 대해서도 양측이 큰 갈등 없이 논의가 진행중이다.
다만 노조 측 관계자는 "김 행장이 취임한 지 아직 1년 밖에 되지 않았다"며 "임기 끝까지 좋은 관계를 이어갈 지, 현장의 목소리에 지속적으로 귀 기울일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신중함을 드러냈다.
앞서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김 행장의 인선 배경에 정찬우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친박계 인사가 있다고 주장하며 선임을 반대한 바 있다.
◇'은행 외 먹거리 찾기' 시급
김 행장이 취임 1년을 성공적으로 보냈지만 남은 2년의 임기 동안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하다. 먼저 김 행장이 취임 초 강조했던 '은행 외 먹거리 찾기' 문제가 시급하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기업은행 순이익의 20% 이상을 비은행부문에서 내겠다"며 "은행에 90% 이상 쏠린 수익구조를 빨리 바꾸지 않으면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우려한 바 있다.
기업은행은 IBK캐피탈, IBK연금보험, IBK투자증권, IBK저축은행, IBK자산운용, IBK시스템, IBK신용정보 등 7개의 자회사를 보유중이다.
비은행 계열사들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10%대 초반에 불과하다. 올해 실적을 통해 살펴보면 3분기 누적 순이익(1조2476억원) 가운데 은행의 순이익(1조960억원)이 87.8%를 차지한다.
지난해 은행의 비중이 전체의 88%가 넘었던 것에 비하면 소폭 줄었지만, 타 시중은행 대비 은행 의존도가 높은 점은 우려할 만 하다. 이는 기업은행의 중장기 목표인 금융지주사 전환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최근 해외 수익원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현재 기업은행은 내년 초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2곳을 인수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을 성공적으로 인수할 경우 기업은행은 창립 이후 첫 해외 인수합병(M&A)이라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
기업은행은 베트남, 캄보디아 등의 시장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 호치민에 있는 지점은 현지법인 전환을 추진중이며, 캄보디아 사무소는 지점 전환을 신청해놨다. 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이 완화된 만큼 중국에 있는 현지법인에 거는 기대도 크다. 지난 13~16일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에 김도진 행장이 동행한 만큼 중국에서의 영업 확대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은행 뿐 아니라 캐피탈·저축은행·증권 등까지 비은행 계열사들도 동반 해외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외 이익 비중 20%이상, 동아시아 금융벨트 완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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