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무작정 뛰어들었다간 '쪽박' … 초보자 돈 버는 비법은 따로 있다

입력 2017-12-17 09:02
수정 2017-12-18 11:07


'A는 경매 낙찰로 20대에 내 집 장만을 했다더라', 'B는 경매로 낙찰받은 집이 고가에 팔려서 몇 배 수익을 냈다' 말을 들으면 마치 나도 경매를 시작하는 순간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경매가 대중화되면서 경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경매는 사법기관이 합법적으로 시장을 형성해놓고 채권자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제도지만 법원 경매에서의 실수는 곧 금전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소중한 종잣돈을 허망하게 잃지 않으려면 철저히 준비한 후 뛰어들어야 한다.

법과 규정을 공부하면 적은 투자금으로 비교적 큰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경매. 어디서부터 접근하고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한 초보자들이 알아야 할 필수 요건을 알아보자.

고졸 출신으로 14년간 안정되게 군인생활을 해 온 한 가장이 있었다. 그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못 다 이룬 학업의 꿈을 이루면서 돈도 벌 수 있겠다는 순진한 생각에 아내의 반대를 무릎쓰고 독서실을 차렸다.

사업 경험이 전무했던 터라 운영은 날로 어려워졌고 적금과 퇴직금 등 재산을 털어 차린 독서실은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인생 수업료를 제대로 치른 끝에 경매를 만나면서 인생을 다시 설계했고 지금은 경매의 달인이 된 진상준 에이스 경매학원 원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진상준 원장은 10년간의 강의 경험이 담긴 두번째 저서 <제대로 알면 돈 버는 경매의 기술(지훈)>을 통해 "경매는 부동산을 싼 값에 사는 것이니 무조건 돈을 벌 것이라는 의식을 버려야 한다"면서 "누구에게나 경매로 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있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돈을 벌 수 있는 준비를 스스로 해 둬야 돈이 따라온다"고 초보자들에게 강조했다.

진 원장은 십여 년간 경매의 소소한 스킬을 현장에서 익히고 체득한 탓에 '명도대왕'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부동산에서 말하는 명도란 경매로 취득한 부동산을 타인(임차인 또는 채무자)이 점유하고 있을 때, 이를 인도받기 위한 절차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인 부동산 거래와 달리 경매에서 명도는 감정싸움이 되거나 금전적 심리적 고생을 겪게 되는 일일 수 있기 때문에 이 절차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경매는 단순히 낙찰을 받는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수많은 과정을 통해 명도를 마쳐야 소유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 원장은 경매투자에 대해 "남들이 경매로 돈 벌었다니까 준비도 없이 혹 해서 투자하는 분들을 많이 봤다. 대부분 자기 전 재산을 걸고 움직이는데 공부를 소홀히 하고 쉽게 접근하려 한다"면서 "경매는 단순한 투기나 요행이 아닌 어려운 사람들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법제화된 수단이다. 경매를 투기로 보는 일부 인식이 바뀌어야 할 때다"라고 전했다.

이어 "경매는 1960년부터 법으로 제정됐다. 매 정권마다 숱하게 부동산 관련 규제가 나오지만 경매 규제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돈을 빌려주고 못받는 채권자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국가가 법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장려하는 정책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진 원장은 "경매로 일확천금을 벌겠다는 꿈을 갖고 접근하다보면 과장광고와 사기꾼에게 휘둘리기 쉽다"고 경고한다. 빨리 큰 돈 벌고 싶다며 학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는 '딴 데 가서 배워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진 원장의 자신감 덕분이다.

"경매 배우러 오는 분들은 가진게 많은 분 보다는 지금 가진 건 조금 부족하지만 좀 더 나아지려는 분들이 많습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부지런한 분들이죠. 전 절대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을 버리고 경매에만 올인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젊어서는 땀의 소중함을 알아야죠. 종잣돈을 모으기 위해 열심히 일하세요. 직장에 다니거나 자기 사업을 하면서 얼마든지 부동산 경매로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경매는 자신의 안정적인 노후 준비를 위해 또 다른 무기 하나를 장착하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경매 물건을 보면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르게 되기까지 과정도 순탄치 만은 않았다.

"이론도 중요하지만 현장을 더 중요시하죠. 여러 곳의 물건을 보러 다니느라 발목이 혹사 당해서 진통제 주사를 맞아야 할 때도 많았어요. 그렇게 의욕적으로 하루에 12곳의 물건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이론에 현장 실전감각이 더해지다보니 금적적인 사기를 당하거나 손해본 적이 없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요행을 바라지 않고 내가 들인 노력만큼 성취해 내는 점은 군인으로 가졌던 원칙주의도 한 몫 한 것 같습니다."

진 원장의 강의를 몰래 촬영해서 마치 자신의 지식인 척 강의를 하거나, 경매 두세번 경험해보고 경매학원을 차린 수강생도 있다고.

현재 부동산학과 박사과정 중인 진 원장은 "경매 시장에 직업윤리 없는 비전문가가 많다"면서 "경매 전문 학과가 생겨나 전문적으로 권리분석을 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배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 원장은 이어 "이론에 능한 부동산 전문가들은 많겠지만 나처럼 현장답사 경험이 많은 전문가는 드물다"면서 "젊어서 망해보니 준비된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걸 뼈저리게 알게 됐다. 경매학과가 생겼을 때 후배들을 가르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지금 내가 공부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간 가르친 수백명의 학원생 중 청소부를 하다가 돈을 벌어 사모님이 되신 분도 있고 인생 자체가 변한 분들이 많다"면서 "전 재산을 투자하는 문제인데 섣불리 결정하지 말라"며 경매 관련 서적을 많이 읽을 것을 권했다.

진 원장은 아울러 경매투자를 돈 버는 수단만이 아닌 살아가면서 알아야 할 지식을 쌓는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권한다.

"경매에는 정년이 없습니다. 경매에는 고차원적인 법률지식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모두 생활법률이기 때문에 공부해두면 평생 사기당할 일이 없어요. 훗날 자식이 부동산 거래할때 '그럴땐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하면 된다'고 알려줄 수 있으면 얼마나 보람 있겠어요. 돈을 물려주는 것보다 훨씬 가치가 있죠.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경매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혼자 투자할 때는 물건 낙찰가격의 30%는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대출에 의존하면 안됩니다."

경매 투자를 위해서는 입지, 수익성 분석, 부동산 정책 등 여러가지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진 원장은 몇몇의 투자자를 모아 강원도 모처에 있는 다세대 주택 경매에 도전했다. 19세대를 모두 명도받기까지 난관도 예상됐지만 입지를 분석해보니 산업단지를 끼고 있고 근처에 대학이 있어서 리모델링을 통해 수익성이 충분하다 판단됐다.

결국 경매로 4억 여원에 낙찰받아 약 3억원의 수익을 남겼다.

당시 한시적으로 미분양분에 대해 소규모 취등록세를 감면하는 혜택이 있다는 점도 놓치지 않았다.

"저는 투자에 대한 조언만 해줄 뿐 이익은 투자자들이 본 것이죠. 다가구주택은 세입자들을 내보내고 수리하는게 어렵기 때문에 다들 망설이지만 그런 틈새시장을 공략하면 저렴하게 낙찰받아 수리와 정비를 통해 제대로 된 뭘건으로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공인중개사를 하다 경매의 매력에 빠지게 된 한 투자자는 "부동산 접을때 3500만원 정도가 수중에 남았는데 7년간 경매로 굴린 덕에 현재 현금자산만 수억원에 달한다"고 귀뜸했다.




대법원 사이트 통해 법적인 절차나 용어를 배우는 것도 필수다.

"대법원 사이트에는 돈 안들이고 배울 수 있는 기초지식이 상당히 많습니다. 기본적인 법을 공부한 후 경매법정에 가서 여러 번 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대신 덜컥 투자는 하지 마세요. 법정에서 궁금한 점이 생기면 돌아와서 다시 공부하고 전문가의 조언을 얻는 식으로 지식을 쌓아나가다 보면 좋은 기회를 한 번 쯤은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뭔가를 얻으려면 그만큼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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