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 이유로 테스트 막아
자국기업들은 금지 안 해
자율주행차 시장 선점 위해 특혜
[ 베이징=강동균 기자 ]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이 자국 도로에서 자율주행자동차 운행 테스트하는 것을 금지했다. 자율주행차에 장착된 장비가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국가 안보 문제를 들어 고화질 카메라와 고성능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장착된 차량의 도로 진입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지침은 최근 해외 기업에 통보됐다. 중국 기업에는 전달되지 않았다. 최대 검색 포털업체 바이두의 자율주행차 시스템 개발 담당자는 정부로부터 도로 진입을 통제한다는 통보를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결정은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 자율주행차를 판매하는 것을 아예 차단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GPS와 카메라는 자율주행차 운행에 필수적인 기술이기 때문이다. 두 가지 장비가 없으면 자율주행차는 방향을 제대로 인식하거나 장애물을 피할 수 없다.
해외 기업들은 중국 정부가 사실상 시장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고 반발했다. 글로벌 자동차기업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중국에서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에 나섰다가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혔지만 이번 방침은 상당히 교묘하다”고 비판했다.
중국 정부는 앞서 자율주행차 사업 인가를 받은 13개 중국 기업과 제휴를 맺지 않은 해외 기업에는 시장 진출을 허용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또 GPS 지도 제작은 자국 업체에만 허용할 것이라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중국 기업은 앞다퉈 기술 개발에 뛰어들며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자율주행차 선두주자로 꼽히는 바이두가 대표적이다. 지난 9월 자율주행 기술 개발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15억달러(약 1조63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이 펀드를 통해 3년 동안 100개 기업을 후원할 방침이다.
바이두는 내년 7월 말 자율주행 버스를 생산해 시범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2019년엔 베이징자동차와 장화이자동차, 2020년에는 치루이자동차와 합작해 자율주행차를 대량 출시한다는 목표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뛰어난 파트너와 적극적인 연구개발 등을 고려할 때 자율주행차 경쟁에서 바이두가 구글을 앞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는 내연기관 자동차산업에선 선진국에 비해 늦게 출발해 시장 선점 기회를 놓쳤지만 차세대 자동차 분야에선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국무원은 2015년 내놓은 ‘중국제조 2025’ 계획에서 자율주행차를 중국 자동차산업 업그레이드를 위한 핵심 산업으로 지정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