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주식 사설사이트 '먹튀 주의보'

입력 2017-12-15 17:45
수정 2017-12-16 07:18
안전장치 없는 거래로 피해 급증
경찰, 최근 700억대 사기범 적발
"공인된 시장서 거래해야"


[ 구은서/신연수 기자 ] “한순간에 5000만원을 날릴 뻔했어요.”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A씨는 지난 8일 장외주식을 사려다 크게 당할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장외주식은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기업의 주식이다. 심사를 거쳐 상장만 되면 가격이 급등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기대가 있어 제도권 거래소는 물론 사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개인 간 거래도 활발하다.

A씨도 온라인의 투자정보 동호회에서 알게 된 B씨로부터 S사의 장외주식 6만주를 5000만원에 사기로 했다. 하지만 A씨가 송금하자마자 B씨는 연락을 끊어버렸다. A씨는 “은행에서 ‘평소 거래가 없던 계좌로 큰 금액을 보내는 게 이상하다’며 일시적으로 지급거래 중지를 요청해온 덕분에 피해를 면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건을 접수한 서울 중랑경찰서 관계자는 “B씨가 A씨에게 보내준 주식계좌 잔액증명서 자체가 조작됐고, 두 사람이 온라인으로만 연락을 주고받아 피의자 신원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추가 피해자나 비슷한 사기사건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외주식 거래를 악용한 사기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15일 “장외주식 거래를 빌미로 한 사기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상장주식보다 정보가 적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서울남부지법은 가짜 장외주식을 발행해 5년간 개인투자자 3800여 명을 대상으로 700억원대 사기 행각을 벌인 사업가 이모씨(46)에게 징역 17년과 벌금 229억원을 선고하기도 했다.

금융투자협회는 2014년부터 장외주식 거래소인 K-OTC를 운영하고 있다. 거래 규모는 연 2000억원 안팎이다. 하지만 금융투자협회는 개인 간 거래나 사설 시장에서 거래되는 장외주식은 연평균 K-OTC 거래액의 30배인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 투자자는 “K-OTC에 없는 종목도 있어 사설 인터넷 거래사이트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김재욱 금융투자협회 과장은 “거래소를 거치지 않은 당사자 간 장외 주식거래는 보호장치가 전혀 없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은서/신연수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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