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우리 정부 입장 지지" vs "국가 안보 운신의 폭 되레 좁아져"

입력 2017-12-15 01:32
수정 2017-12-15 06:17
한·중 정상회담

한반도 평화 4대 원칙 합의 '엇갈린 평가'


[ 조미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정세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4대 원칙’에 합의한 것을 두고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반도 전쟁 불가’라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 중국 측 지지를 받았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국가 안보와 관련해 운신의 폭을 좁히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이 합의한 4대 원칙은 △한반도 전쟁 불가 △한반도 비핵화 △북핵 문제 평화적 해결 △남북 관계 개선 필요 등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4대 원칙과 관련해 “문 대통령의 오랜 생각으로, 시 주석과 이야기하다 보니 4가지 원칙을 발표하게 됐다”며 “한반도 문제를 푸는 기본적 원칙을 중시하고 그걸 지켜가자고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쟁은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전쟁 불가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미국 내에서 선제타격론이 힘을 받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이번 합의가 미국을 견제하는 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한·미 동맹을 ‘차선’으로 두는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생기는 것은 또 다른 논란거리다.

북한만이 아니라 남한을 포함한 한반도 비핵화를 우선적으로 명시하면서 안보 주권이 침해당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가 안보 상황이 악화하면 다양한 옵션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번 합의가 한국 측에 또 다른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박근혜 정부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입장을 뒤집자 전방위적인 보복에 나섰다. 차기 정부가 안보 상황에 따라 태도를 바꿀 경우 중국과의 관계가 또다시 어긋날 가능성이 있다. 자유한국당은 북핵 위기가 고조되면서 주한미군이 1991년 철수한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합의에 따르면 전술핵 재배치는 불가능하다. 장제원 한국당 대변인은 “4대 합의는 문재인 정부의 북핵 위기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안일한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전쟁 불가를 한·미 공조보다 더 상위 개념으로 여기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번 합의로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