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21세기폭스 품었다… 57조원 '빅딜' 성사

입력 2017-12-14 23:47
영화·TV 등 콘텐츠 자산 인수
넷플릭스와 '주도권 싸움' 예고


[ 박상익 기자 ] 미국 월트디즈니가 21세기폭스의 영화사 등 대부분 자산을 524억달러(약 57조116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초거대 미디어그룹이 탄생하면서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을 놓고 이 분야 최강자인 넷플릭스와의 ‘전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디즈니와 21세기폭스가 이 같이 인수 협상을 타결했다고 14일 보도했다. 디즈니는 폭스의 부채(137억달러)까지 떠안기로 해 총금액이 661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디즈니가 사들이는 자산은 20세기폭스 영화사, 텔레비전 스튜디오, 케이블TV 사업 등이다.

디즈니는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ABC방송, 스포츠채널 ESPN 등을 거느린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영화부문은 스타워즈 등의 기존 콘텐츠에다 이번 인수합병(M&A)으로 폭스 영화인 엑스맨, 아바타, 혹성탈출 등을 추가해 폭넓은 콘텐츠를 갖게 된다.

미국에서는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인터넷 스트리밍 플랫폼이 지상파·케이블방송 같은 기존 영상 사업자를 위협하고 있다. 아마존도 자사 유료회원들에게 각종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디즈니는 폭스의 콘텐츠 자산을 노려왔다.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에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를 강화해 경쟁자들을 따돌리겠다는 전략이다.

내년 봄 출시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인 ESPN 플러스에서는 1만 개 이상의 스포츠 경기를 제공한다. 디즈니, 마블, 루카스필름, 픽사 등을 기반으로 구축하는 두 번째 스트리밍 플랫폼은 내년 하반기께 선보일 예정이다.

디즈니는 폭스가 가지고 있던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 훌루의 지분도 추가로 얻는다.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합치면 60%에 달해 스트리밍 분야에서 치고 나갈 수 있는 추가 동력이 생겼다.

21세기폭스는 영화, 스포츠, 뉴스 채널 등을 보유한 거대 복합 미디어그룹이다.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의 아들 제임스 머독이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경쟁력을 지닌 뉴스·스포츠부문만 살리고 나머지 사업은 매각하는 방향으로 생존전략을 잡았다. 두 회사의 거래가 완료되면서 미국 정부의 승인 여부가 마지막 관문으로 남았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