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개정안 반영 땐'시장경제 원칙' 훼손 우려
119조 2항 경제민주화 위해
규제 '할 수 있다' → '한다' 강화 논의
기업 사회적 책임·토지공개념
헌법 개정안 명기에 다수 동의 쟁점 이슈화에 대비 TF 구성키로
한국당 "현행 규정으로 충분"
[ 서정환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14일 의원총회를 열고 헌법 개정안에 경제민주화 규정을 강화하는 쪽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날 당론으로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여당 내 이 같은 분위기가 헌법 개정안에 반영될 경우 시장경제 원칙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개헌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토지공개념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헌법에 명기하는 것에 우리 당은 대체로 동의 수준이 높다”며 “그러나 여러 쟁점이 있고 이슈화할 가능성이 있어 당 차원의 심화 토론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의총에는 중간에 자리를 떠난 의원을 포함해 50여 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한 참석 의원은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로부터 개헌 특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지방자치 및 경제 관련 조항에 대해 보고받고 의견을 개진했다”며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고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경제 민주화 조항을 강화하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경제민주화 조항의 구체적인 강화 방안과 관련해 개헌특위 소속 의원들은 △헌법 제119조 1항에 ‘기업의 사회적 책무’에 관한 내용을 추가하는 방안과 △제119조 2항에 “경제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문구에서 ‘할 수 있다’를 ‘한다’로 강화하는 방안 등이 특위 내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민주당이 지난 12일 첫 번째 헌법 개정 의총에서 ‘5·18 민주화운동’ 등을 헌법 전문에 포함하기로 정한 것과 달리 경제 민주화 강화에 대해선 당론으로 확정하지 못한 것은 여야 간 이견을 감안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에서는 현행 헌법 조항에 근거해 국가의 규제와 조정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어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자칫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를 뒤흔들고, 기업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현 헌법 조항만으로 충분하며 다양한 법률과 제도를 통해 경제 민주화를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경제 분야 조항과 관련해 제 원내대변인은 “예산법률주의 도입에 대체로 동의했고 큰 쟁점 사안은 아니지만 예산 편성권과 관련해 국회가 권한을 갖는 수준에 대한 논의가 추가로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재정의 준칙에서 재정수지의 구체적 비율 등을 헌법에 명기하는 데 대해서도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정도만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의 공정성·중립성 확보를 위해 현재 대통령 소속인 감사원의 소속을 변경하는 여부에 대해서는 정부 형태 논의와 연관돼 있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제 원내대변인은 지방분권 문제에 대해 “지방재정 관련 논의가 가장 깊이 있게 됐고 전반적으로 분권 선언이나 주민자치권 강화, 지방재정에서 사업 결정의 보충성 원칙 등은 동의 수준이 대체로 높았다”면서 “재정 불균형과 관련해서 추가 심도 논의를 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필요할 경우 지방분권도 TF를 만들기로 했다.
민주당은 19일 ‘정당선거제도·사법’, 21일 ‘정부 형태’를 주제로 개헌 의총을 이어갈 예정이다.
서정환/김소현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