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자 6.2% 입사전 이례적 퇴사… '획일적 정규직 전환' 영향 미친 듯
56대 1 경쟁 뚫고 합격했는데…
"계약직 일시에 정규직되면 임금 줄고 처우 나빠질 우려"
"이대론 비전없다" 불만 토로
한전·LH 등 중복합격도 영향
'정규직 전환' 논의 노사 평행선
내년 1월 전환 물 건너간 듯
"내부선 재논의 목소리 커져"
[ 박상용 기자 ]
올해 서울교통공사(지하철 1~8호선 운영) 신입 공채 합격자 27명이 연수교육 1주일도 안 돼 입사를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합격자로 보면 100명 중 6명꼴로 퇴사한 셈이다. 약 3주간의 신입 교육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이처럼 많은 합격자가 입사를 포기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55.7 대 1(일반전형 기준)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합격한 이들의 ‘엑소더스(집단탈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입사 포기, 지난해의 다섯 배 넘어
서울교통공사는 14일 오전 기준 올해 공채 합격자 429명 중 27명(6.2%)이 입사를 포기했다고 이날 밝혔다. 합격자들은 지난 7일부터 서울교통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연수를 받고 있다. 오는 27일 연수가 끝나면 28일과 내년 1월2일에 걸쳐 신입 직원으로 임용된다. 이들은 지난 5월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가 서울교통공사로 통합 출범한 이후 선발된 ‘통합 공채 1기’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례적으로 높은 이탈률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메트로(699명)와 서울도시철도공사(193명)의 채용 규모는 총 892명이었다. 이 중 약 3주간의 교육 기간 중 입사 포기자는 총 10명(1.1%)에 불과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통상 합격자 중 입사 포기자는 연간 10명 정도였는데 올해는 예년에 비해 약 다섯 배 이상 많아졌다”며 “앞으로 얼마나 더 나올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규직화도 이탈 요인”
입사 포기자 대부분은 다른 기업·공공기관에도 합격한 ‘중복 합격자’라는 게 서울교통공사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 기간 한국전력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공기업과 여러 민간기업 공채의 최종 합격자 발표가 있었다. 연봉이나 복지 혜택 등 처우를 따져봤을 때 더 낫다고 판단한 직장을 선택한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최근 논란이 커지고 있는 무기계약직의 정규직화 문제도 신입사원들의 이탈 현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교통공사와 노조는 내년 1월1일자로 무기 계약직 1455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두고 협의 중이다. 연수교육이 시작되자마자 입사를 포기한 한 합격자는 “동기들 사이에서는 향후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공기업을 선택한 또 다른 입사 포기자는 “일단 교통공사에 입사한 이후 이직 준비를 하겠다는 동기들도 있었다”며 “취업준비생이나 합격자에겐 정규직 전환 문제가 입사를 꺼리게 만든 요소 중 하나”라고 전했다.
◆‘1월1일 정규직화’는 사실상 무산
정규직화 이슈가 기존 정규직을 넘어 취업준비생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가운데 서울교통공사의 ‘1월1일자 정규직 전환’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다. 노사가 협상을 하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측은 “3년 이상 근무한 무기계약직부터 단계적으로 전환하자”는 반면 노조는 “1월1일자로 일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노사, 노노 간 갈등이 커지면서 정규직 전환 방식을 재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획일적인 전환보다는 일정 시험을 치르거나 자회사를 만드는 등 기존 정규직이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두고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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