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쿠쿠·휴롬… 동남아 '생활가전 한류' 이끈다

입력 2017-12-13 18:59
수정 2017-12-14 06:59
코웨이 말레이서 1위
할랄인증 등 현지화 더해
한국식 렌털 시스템 주효
태국·베트남 등 공략 나서

후발 주자들도 '선전'
쿠쿠, 밥솥 등 렌털품목 확대
휴롬, 착즙주스 열풍 불러


[ 김정은 기자 ]
지난 5월 말레이시아 다만사라에선 독특한 행사가 열렸다. 코웨이가 주최하고 현지인 4000여 명이 참가한 마라톤 ‘코웨이 런’이었다. 마라톤을 직접 뛴 이해선 대표는 “말레이시아 정수기 시장 1위를 기념해 개최한 행사”라며 “말레이시아 ‘국민 기업’으로 자리 잡은 이상 주변 국가까지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중견 생활가전업체들이 동남아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한국식 렌털 서비스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게 주효했다. 이들 업체에 동남아는 ‘포스트 차이나’로 꼽힐 만큼 꽤 매력적인 시장이다.

◆말레이 국민기업 코웨이

동남아는 소비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이 큰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한국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인 데다 인구 급증으로 젊은 소비층이 빠르게 늘고 있다. 미용에 대한 관심도 높다. 급격한 산업화로 수질오염이 심해지면서 생활가전 제품의 수요가 느는 것도 청신호다. 올해 초 사드 여파로 중국 실적이 부진하자 업계는 동남아에 주목하고 있다.

코웨이는 동남아, 특히 말레이시아에 오랫동안 공을 들였다. 2006년 쿠알라룸푸르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뒤 정수기 시장 1위를 차지하기까지 9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난 3분기 매출은 5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6% 증가했다. 계정 수는 60만 개를 넘어섰다.

할부 등 렌털 시스템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게 주효했다. 두 달에 한 번씩 가정을 방문하는 세심한 코디 서비스에 현지인들은 열광했다. 국민의 70%가 무슬림이라는 점을 고려해 2010년 정수기 할랄 인증을 받는 등 현지화 전략도 병행했다. 코디, 헬스플래너 등 현지에서 고용한 인력만 8200명이 넘는다. 고용 창출을 인정받아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장관상도 받았다. ‘짝퉁’ 현지 업체들이 우후죽순 등장해 코웨이를 베낄 정도다.

코웨이는 말레이시아를 발판으로 인근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다른 국가의 공략을 시작했다. 동남아시아에서 10년 내 계정 300만 개를 돌파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 대표는 “이 기세를 몰아 동남아에서 ‘일하고 싶은 대표기업’으로 자리 잡겠다”고 말했다.

◆쿠쿠 휴롬도 선전

말레이시아에 뒤늦게 뛰어든 쿠쿠전자는 코웨이의 뒤를 쫓고 있다. 2015년 진출해 2년 만에 계정 22만 개를 돌파하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후발주자인 쿠쿠는 인력 관리에 신경 썼다. 판매 인력과 사후관리 담당을 분리한 뒤 전문적으로 운영해 현지인의 만족도를 높였다. 구본학 대표는 “말레이시아를 기지로 삼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등으로 렌털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제품군도 밥솥 등 대폭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휴롬은 동남아에서 건강 주스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주스카페인 ‘휴롬주스’를 베트남에 7곳, 태국에 2곳, 말레이시아에 2곳 열었다. 이달 베트남 다낭에 매장 2곳을 더 연다. 매장에선 주스만 갈아주는 게 아니라 원액기도 판매한다. 베트남 호찌민 햄니 매장은 6층짜리 단독 건물로 원액기가 매달 100개 이상 팔린다. 고급 착즙주스를 맛 본 현지인들은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김재원 대표는 “현지 재료를 활용해 건강하고 트렌디한 메뉴를 선보인 게 먹혔다”며 “건강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전망이 밝다”고 밝혔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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