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이중성·사랑·왕위 찬탈… 셰익스피어 연극 3색 무대

입력 2017-12-13 17:17
'준대로 받은대로' '한여름 밤의 꿈' '리차드 3세' 잇단 공연


[ 마지혜 기자 ]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인생을 연극에 자주 빗댔다. 희극 ‘뜻대로 하세요’ 가운데 “세상은 무대고 모든 사람은 그 위에 선 배우일 뿐”이란 대사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인생을 덧없는 것으로 보는 시선이 녹아 있다. 무상한 삶 속에서도 치열하게 꿈틀대는 인간의 오욕칠정을 날카롭게 포착한 그의 희곡들은 인간과 인생에 대한 통찰력을 주는 작품으로 지금까지 무대에 꾸준히 오르고 있다.

셰익스피어 작품이 올겨울 국내 연극계를 달구고 있다. 국립극단이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 중인 희비극 ‘준대로 받은대로’는 법과 정의, 자비와 용서, 권력과 성 상납 등의 주제를 다룬다. 빈을 통치하는 공작과 공작의 여행 기간 권력을 위임받은 앤젤로, 수습 수녀 이사벨라가 이야기의 중심이다. 금욕과 원칙을 강조하는 앤젤로는 오빠의 사형을 막기 위해 찾아온 이사벨라에게 자신과의 잠자리를 수락하면 청을 들어주겠다고 제안한다. 권력자의 이중성을 꼬집는 이 작품의 백미는 공작이 정의의 사도처럼 다시 나타나는 극 후반부다. 공작은 자비로운 체하지만 그 관용은 오만하고 부드러움은 되레 폭력적이다.

오경택 연출은 “희극의 외형을 쓴 채 비극적 질문을 던지는 문제극”이라며 “작품 중간중간에 희극적 유쾌함을 살리되 마지막엔 셰익스피어가 보여주는 삶의 아이러니와 문제의식을 극대화해 드러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극단이 다음달 5~28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할 희극 ‘한여름 밤의 꿈’은 아이들이 고전에 쉽게 다가올 수 있도록 기획한 가족음악극이다. 오세혁이 각색하고 부새롬이 연출했다. 원작은 연인들의 사랑과 갈등이 초자연적인 힘을 빌려 해결되는 꿈 같은 이야기다. 한여름 밤 정전으로 아수라장이 된 마트에서 판매원이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책 ‘한여름 밤의 꿈’을 읽어준다는 현대적인 설정 속에 원작의 골격을 녹였다. 마트 곳곳이 요정이 사는 숲속으로 변하고 다양한 음악과 유쾌한 춤을 선보인다.

내년 2월6일~3월4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를 장식할 ‘리차드 3세’는 배우 황정민이 10년 만에 출연하는 연극으로 벌써 화제를 모으고 있다. ‘리차드 3세’는 셰익스피어가 빚은 인물 중 가장 매력적인 악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캐릭터다. 한아름이 각색하고 서재형이 연출하는 이 작품에서 황정민은 볼품없는 얼굴과 움츠러든 왼팔, 곱은 등을 가졌지만 뛰어난 언변과 권모술수, 리더십으로 권력의 중심에 서는 ‘리차드 3세’를 연기한다. 그는 “연기생활을 시작한 연극계는 나의 고향 같은 곳”이라며 “희대의 악인인지 비운의 희생양인지 그 사이에서 고민할 여지를 남기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관객 앞에 다시 서려 한다”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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