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외국에 나가 장기이식을 받아도 건강보험을 적용해 치료비의 일부를 부담해 준다고 합니다. 장기이식 대기자 수에 비해 뇌사 이후 장기기증자 수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을 감안한 대책입니다.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성 장관은 지난 12일 국무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장기이식네트워크(JOTN)에 등록한 환자 중 해외에서라도 하루 빨리 이식수술을 받지 않으면 생명 유지가 어려운 환자가 대상입니다. 수술비나 입원비 등 1000만엔(약 1억원)까지 보험이 적용될 전망입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외국에서 이식수술을 받으면 환자가 비용 전액을 부담해왔습니다. 수술비와 입원비뿐 아니라 체재비용까지 고려하면 이식 수술에 드는 비용이 수억원에 달해 상당수 환자가 모금활동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본은 선진국 중에서도 유별나게 장기 기증자가 적습니다. JOTN에 등록된 장기이식 수술 대기자는 1만4000여명에 이르지만 지난해 뇌사자 중 장기를 기증한 사람은 64명에 그쳤습니다. 지난해 뇌사 기증자가 573명이었던 한국에도 한참 못 미칩니다. 이 때문에 장기 제공자를 찾아 해외로 떠나는 일본인 환자가 많습니다.
일본 정부의 이번 결정이 개발도상국 장기매매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중국, 인도 등에서는 장기이식 수술을 원하는 외국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장기매매가 성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장기 매매에 의한 수술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긴 했지만 각종 문서가 손쉽게 위조될 수 있는 상황에서 이 조건이 얼마나 지켜질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대개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환자들의 부담이 줄기 때문에 수술 건수는 늘어납니다. 장기이식 수술을 위해 외국으로 떠나는 일본 환자들도 자연히 늘어날 겁니다. 일부의 우려처럼 동남아 등지의 장기 매매를 부추기지는 부작용이 걱정되기 합니다만 장기 이식으로 새 생명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를 기대해봅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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