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LG그룹과 '소통 간담회'
LG, 내년 국내에 19조 투자
"1차 협력사에 2·3차 지원요청… 경영간섭 몰리는 경우 많아"
공정위 "가이드라인 마련할 것"
김동연 부총리 "정부 혁신성장 규모·업종 상관없이 동참을"
[ 노경목/오형주 기자 ]
LG그룹이 내년에 19조원을 국내에 투자하기로 했다. 1만 명의 인력도 새로 뽑기로 했다. 상생협력기금은 기존 8000억원에서 8500억원으로 증액한다.
구본준 (주)LG 부회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주요 경제부처 차관들을 만나 이 같은 계획을 제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부 측에서 김 부총리와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최수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신영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참석했다. LG그룹에서는 구 부회장과 하현회 (주)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협력업체 대표로 김원남 탑엔지니어링 대표, 박용해 동양산업 회장이 참석했다.
김 부총리는 “정부가 추구하는 혁신성장에는 규모와 업종에 상관없이 모든 기업이 동참해야 한다”며 “LG그룹은 협력사와의 상생에서 모범적인 기업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구 부회장은 “LG그룹은 혁신성장 분야에 자원과 역량을 집중해 국가 경제 발전에 공헌하겠다”며 “협력사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기술개발과 인프라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열린 비공개 간담회에서 LG그룹은 지난해 대비 8% 늘어난 19조원의 국내 신규 투자를 약속했다. 2020년까지 총 15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LG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설비투자의 대부분이 내년에 집중되는 것을 비롯해 LG전자의 자동차부품, LG화학의 의약, LG이노텍의 카메라모듈 등이 조단위 투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연구개발 분야를 중심으로 1만 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 계획도 내놨다.
LG그룹은 또 “상생협력 노력 확산을 위해 대기업이 1차 협력사에 2·3차 협력사 지원을 요구하는 것을 부당한 경영간섭으로 보지 말아달라”는 등 몇 가지 건의사항도 내놓았다. 신 부위원장은 이에 대해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신 부위원장은 “대기업이 1차 협력사를 상대로 어느 정도 범위에서 지시(지도)가 가능한지 구체적 가이드라인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기업들의 인수합병(M&A)에 대해선 “사익편취 우려가 없고 기술 혁신을 위한 것이라면 중소·벤처기업 M&A를 통한 계열사 확장도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조성진 부회장은 미국 정부의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요청했다. LG전자는 미국이 세이프가드 발동을 예고하고 있는 세탁기와 태양광 모듈 사업을 동시에 영위하고 있다. 정부 측은 관련 기업과 긴밀하게 협업해 공동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가격이 급변동하고 있는 탄소배출권 가격 문제도 논의됐다. “가격 변동이 심해 안정적인 사업이 어렵다”는 LG 측 호소에 정부 측은 “가격이 급등하면 시장 안정 물량을 조기에 공급하는 등 대응 속도를 높여나가겠다”고 대답했다. 김 부총리는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LG 다음으로 어떤 기업과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자율주행 차량이나 신재생에너지 등 신산업 분야 중견기업을 만날 것 같다”고 말했다.
노경목/오형주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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