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친구' 류허, 중국 경제·금융개혁 주도한다

입력 2017-12-11 19:20
수정 2017-12-12 05:08
부총리 4명 전원 물갈이
류허 부총리는 시진핑 고교 동창
한정·후춘화·쑨춘란도 임명 유력


[ 베이징=강동균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이자 경제 브레인으로 불리는 류허(劉鶴) 공산당 중앙재경영도소조(태스크포스) 사무총장(65·사진)이 부총리를 맡아 시 주석 집권 2기 경제·금융 분야 개혁을 주도하게 됐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네 명의 현직 부총리가 모두 물러나고 새로운 인물이 그 자리를 채울 것으로 알려졌다.

한정(韓正)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상무부총리를, 후춘화(胡春華) 전 광둥성 당서기가 농업·상업·무역 담당 부총리, 쑨춘란(孫春蘭) 공산당 중앙통일전선부장이 교육·과학·문화·건강 분야 부총리를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류 사무총장은 경제 담당 부총리와 함께 은행·증권·보험 부문을 모두 총괄하는 금융안정발전위원회 위원장에 오를 전망이다.

류 사무총장은 시 주석이 제시한 ‘신창타이(新常態)’ 개념을 설계한 인물이다. 신창타이는 중국 경제가 고도성장기를 지나 중속(中速) 발전의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는 뜻이다.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고부가가치 위주 산업으로 재편하는 공급 측(기업) 개혁이 필요하다는 게 골자다.

베이징에서 태어난 그는 시 주석과 고등학교 동창이다. 시 주석처럼 1970년대 문화대혁명 기간 농촌에서 하방(下放) 생활을 했다. 인민대 공업경제학과 석사 출신으로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공부했다. 귀국 후 1991년부터 15년간 경제개발 5개년 정책 수립에 참여했다. 마오쩌둥(毛澤東)식 계획경제에 의존하는 관료들에 맞서 시장에 기반을 둔 경제정책을 주장해 왔다.

2003년 중앙재경영도소조 사무총장에 임명돼 주룽지(朱鎔基), 원자바오(溫家寶), 리커창(李克强) 등 세 명의 총리 밑에서 경제정책 초안을 마련했다. 지난해 5월 토머스 도닐런 당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미·중 정상회담 의제 조율을 위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 주석이 “나에게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고 소개했을 정도로 신임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류 사무총장이 경제 밑그림을 그리면 리 총리가 집행만 한다는 말이 있다”며 “향후 5년의 중국 경제를 보기 위해선 류허의 입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부총리로서 류허의 최우선 과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지방정부와 은행권의 부채를 해결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유기업을 개혁하는 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이달 말 열리는 중앙경제정책회의에서 나올 시 주석 집권 2기 경제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94년부터 매년 말 열리는 이 회의는 공산당 지도부가 모여 재정, 통화, 금융, 산업, 부동산, 투자 등 경제 각 방면의 다음해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다. 이 회의의 정책 기조를 결정하기 위해 지난 8일 열린 정치국회의에선 내년 중점 추진할 과제로 부채 축소와 빈곤 퇴치, 환경보호를 꼽았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