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가 혁신성장 등 정부 정책을 기업에 설명하고 재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오늘 LG그룹을 시작으로 기업인과의 대화를 시작한다. 정부가 기업과 공식적인 대화에 나서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기업인들과 대화를 가진 뒤 처음이다. ‘친노동’ 정책을 앞세운 현 정부 들어 기업과 기업인들이 전례 없이 위축돼왔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재계가 몸을 사리는 것을 넘어 완전 무력화됐다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그런 점에서 이번 기업인과의 대화가 그저 ‘일회성 보여주기’가 아니라 그동안 부족했던 민·관 간 소통을 복원하는 채널이 되기를 기대한다.
집권 후 새 정부는 경제계를 소통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일방적 규제와 훈계의 대상으로 여기는 듯한 행보를 보여왔다. 대통령이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에 “성찰과 반성부터 하라”고 경고한 것부터 그랬다. 공정거래위원장은 대기업 관계자들을 소집해 “알아서 잘 하라”는 식으로 훈계하기도 했다. 정부 내에서 규제 완화나 기업 활력을 말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기업은 정부의 파트너가 아니라 오직 정책 대상일 뿐이었다.
이렇다 보니 기업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각종 정책에서 기업들의 목소리는 반영될 틈이 없었다.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에서조차 ‘재계 패싱’이 이뤄졌다.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도 집권 후 처음으로 지난주 열렸다. 경제단체들은 제대로 된 목소리조차 내지 못했고, 중소기업들조차 외면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성장의 근간은 기업이다. 기업과 소통을 거부한 일방통행식 정책은 잠시 대중의 박수를 받을지 모르지만 결국 재앙을 낳을 뿐이다. 일자리 창출도 불가능하다.
전 세계가 경쟁적으로 내리는 법인세를 한국만 올리는데 경제단체 명의로 성명서 한 쪽도 못 내는 상황을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기업과 기업인이 죄인인 양 고개 숙인 사회에서 혁신은 불가능하다. 김 부총리와 기업인들의 대화가 정부와 재계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