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기자의 여풍당당 (24) 이숙영 컴트리 대표
데스크톱 '전환' 버튼 누르면 업무전용 PC로 인터넷 사용
보안 유지하며 사용 편리…공공기관·군부대서 인기
직원 24명 중 60%가 장애인…씨티·중기연 '사회적 기업상'도
[ 김정은 기자 ]
한보그룹 전산총괄 이사이던 남편은 외환위기 무렵 직장을 잃었다. 두 딸의 학원비가 당장 급했다. 부부는 수중의 200만원으로 1999년 서울 서초동 국제전자센터에 사무실을 차리고 PC 유통사업을 시작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메이커 제품’을 떼다가 관공서와 기업에 납품했다. 회사가 자리를 잡자 남편은 ‘공부(박사)를 하고 싶다’며 학교로 갔다.
홀로 선 이숙영 컴트리 대표는 2010년 PC 제조에 뛰어들었다. 컴트리는 컴퓨터 한 대로 업무망과 인터넷망을 분리한 망분리 PC를 자체 개발해 선보였다. 보안을 중시하는 공공기관과 군부대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차별화 제품 관공서에서 인기
망분리 PC를 개발하게 된 계기는 사소했다. 이 대표가 2011년 한 공무원과 회의를 하다가 겪은 일 때문이었다. 이야기를 하던 중 공무원은 갑자기 노트북PC를 꺼냈다. 옆에 업무용 PC가 있었지만 굳이 노트북PC를 인터넷에 연결해 자료를 검색했다. 업무용 PC는 외부 해킹 공격을 막기 위해 내부 전용망에만 연결돼 인터넷이 안 됐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거다’ 싶었다. 업무용 PC와 인터넷용 PC를 따로 쓸 수 있는 망 분리형 듀얼 PC를 개발했다.
데스크톱에 달려 있는 ‘전환’ 버튼을 누르면 PC 기능이 달라진다. 평상시엔 업무용 PC로 내부망에 연결해 쓰다가 필요하면 전환해서 인터넷에 연결하면 된다. 이 PC에 모니터 두 대를 연결하면 한 대는 내부망, 한 대는 인터넷망 화면이 나온다. PC 한 대에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를 두 개씩 연결해 두 명이 함께 작업할 수도 있다.
그는 “한 사람이 보안 때문에 굳이 두 대의 컴퓨터를 쓰지 않아도 돼 업무 효율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PC 구입 비용 감소, 에너지 절감 등 부수적인 효과도 크다”고 강조했다. 2014년 처음 출시한 망분리 PC는 제품의 성능과 외관 등을 꾸준히 보완해 왔다.
이 대표는 “내년에 본체의 사운드 기능을 강화한 새 제품이 나온다”며 “까다롭기로 소문난 군부대에서 ‘불량률이 거의 없다’는 호평을 받았다”고 말했다.
◆장애인 고용 우수기업
이 대표는 최근 중소기업연구원 주최로 열린 ‘2017 씨티-KOSBI 여성기업인상’ 시상식에서 사회적기업상을 받았다. 컴트리는 전체 직원 24명 중 60%에 달하는 14명이 장애인이다. 그가 장애인을 지금처럼 많이 고용하게 된 건 가정주부로 살던 시절 장애인 복지시설을 방문해 목욕 봉사 등을 하며 이들의 아픔을 가까이서 봤기 때문이다.
컴트리가 다른 회사와 다른 점은 장애인 직원을 사무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처음엔 생산라인 위주로 장애인을 고용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힘들어했다”며 “엑셀 등 직무교육을 통해 사무직으로 발령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경영지원부 시스템사업부 콜센터 등 전 부서에 장애인을 배치했는데 이들의 업무역량은 기대 이상이다. 독학을 해서 기술상담까지 해 주는 콜센터 직원이 생기는 등 충성도가 높아졌다. 직원들의 노력은 컴트리의 전체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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