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트럼프 법인세 인하와 '원·달러 1000원 붕괴설'

입력 2017-12-10 18:17
수정 2018-01-24 06:32
법인세 인하 '달러 리쇼어링' 겨냥
비상 걸린 각국, 법인세 동반 인하
'원·달러 1000원 붕괴설' 경계 필요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력해온 세제 개편안이 미 상원을 통과함에 따라 9부 능선을 넘어섰다. 핵심은 법인세를 현행 35%에서 20%로 대폭 낮추는 내용이다. 상·하원 합동위원회에서 의견 조율을 거쳐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서명 후 내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제 개편안의 이론적 근거는 1980년대 초 레이건 행정부가 추진한 ‘공급 중시 경제학(supply side economics)’이다. 당시 2차 오일쇼크 여파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올라가는 현상)’이라는 정책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에 부딪히자 대규모 감세를 통해 경제 주체의 효율을 높여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물가도 안정시켰다.

감세정책의 이론적 토대인 ‘래퍼 곡선(Laffer Curve)’을 보면 세율과 재정수입 간 정(正)의 구간을 ‘표준 지대’, 부(負)의 구간을 ‘비표준 지대’라 부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출마 이전부터 세율이 너무 높아 경제 효율을 떨어뜨리는 세 부담을 낮춰줘야 경기가 살아나고 재정수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세제 개편안 가운데 법인세 인하에 주력해 온 것은 해외에 나가 있는 미국 기업과 자본을 동시에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효과’ 때문이다. 특히 구글, 애플, 아마존 등과 같은 다국적 정보기술(IT) 기업이 국가 간 법인세율 차이를 악용해 세금을 회피해 온 관행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목적이다. ‘제2 구글세’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간단한 예로 다국적 IT 기업의 상징 격인 구글이 세금을 피해가는 과정을 단계별로 살펴보자. 첫 사전준비 단계로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에 사무실(아일랜드와 같은 조세피난지역)을 차리고, 그곳에서 구글의 자회사인 구글 아일랜드를 설립한다. 구글 아일랜드는 세계 구글이 벌어들이는 소득이 모이게 될 장소다.

그다음 소득이전 단계로 구글 본사는 아일랜드에 미국을 제외한 해외법인의 소득원천을 넘긴다. 아일랜드는 세계 구글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법인에서 거액의 로열티를 받는다. 구글 본사 소재국인 미국은 ‘세원 잠식(base erosion)’을 당하는 대신 자회사가 있는 아일랜드는 ‘소득 이전(profit shifting)’이 발생한다.

최종 조세 회피 단계에서는 받은 로열티에 대해 법인세를 내는 게 원칙이지만, 구글 아일랜드는 조세피난지역에서 모든 업무를 총괄하므로 비거주자(외국인)로 간주돼 이 국가의 세법을 적용받는다. 조세피난지역의 법인세율은 아주 낮아 세금을 적게 낸다. 구글 본사가 로열티를 받았다면 미국 세법이 적용돼 법인세율 35%를 부과받는다. 해당 기업 입장에서는 ‘세금 절감’이고 미국 정부에는 ‘조세 회피’에 해당된다.

미국의 법인세율이 20%로 낮춰지면 재정수지가 개선되고 국가채무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세제 개편안에 따라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늘어날 것이라는 비판에 트럼프 정부가 낙관하는 이유다. IT 업종의 확산으로 모든 것이 보이는 증강현실 시대를 맞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던 뇌물공여가 오히려 증가한 ‘부패의 수수께끼’도 풀릴 것으로 기대된다.

날로 심각해지는 청년 실업과 이에 따른 신러다이트(IT 파괴) 운동 등 기형적인 IT 급성장에 따른 사회병리 현상을 줄이는 데도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정부의 법인세 인하를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추진해 온 제조업 부활정책(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의 제조업 ‘리쇼어링’과 ‘리프레시’)과 같은 맥락에서 바라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기업과 증시에도 도움이 된다. 기업들은 법인세 인하로 미국으로 환류되는 자금을 이용해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인수합병(M&A)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법인세 인하에 따른 달러 리쇼어링 효과를 3조달러(달러당 1090원 적용 때 3270조원) 내외로 보고 있다.

미국 이외 국가엔 비상이 걸렸다. 법인세를 내리지 않으면 자국에 들어온 미국 기업과 달러를 한꺼번에 잃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독일, 프랑스, 일본, 영국, 캐나다 등 대부분 선진국이 법인세를 추가로 인하하고 있다. 중국도 조만간 낮출 계획이다. 한국만이 법인세를 25%로 올린 유일한 국가다.

중요한 것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다. 세제 개편안이 미국 하원, 상원을 거치면서 달러인덱스는 91에서 93~94레벨대로 상승했다.

법인세 인하로 달러 리쇼어링 현상이 본격화되면 달러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마지노선인 달러당 1100원이 무너져 내년에는 1000원마저 붕괴될 것이라는 관측은 재점검해봐야 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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