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현악사중주단 벨체아 콰르텟 공연
벨체아 콰르텟은 ‘베토벤 가라사대’를 외치는 현악사중주단이다. 이들은 2012년부터 빈 콘체르트하우스를 비롯한 여러 무대에서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을 선보였다. 빈 콘체트르하우스 실황을 담은 영상물은 베토벤 마니아들의 만족도를 높였고, 이들의 명성은 더욱 올라갔다. 1994년 결성된 벨체아 콰르텟은 루마니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코리나 벨체아(제1바이올린)를 리더로 악셀 샤세르(제2바이올린), 크시슈토프 호젤스키(비올라), 앙투안 레데르렁(첼로)이 함께하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첫 내한공연에서 이들은 하이든과 베토벤, 리게티의 곡을 연주했다. 첫 연주곡은 하이든이 1772년 작곡한 현악사중주 27번. 네 명의 활이 동시에 움직이며 1악장을 열 때 이들이 빚어온 호흡의 단단함이 느껴졌다. 1958년 초연된 리게티의 ‘야상적 변용’을 연주할 때는 음을 격하게 떨고, 날카로운 쇳소리를 거침없이 뿜어냈다. 두 대의 바이올린이 한 편이 돼 첼로와 비올라에 사납게 덤비기도 했다. 한마디로 ‘야성적 변용’이었다.
2부에서는 이들의 전매특허인 베토벤을 들려줬다. 곡목은 현악사중주 13번. 죽음을 앞둔 베토벤의 ‘파격’이 담긴 곡으로 유명하다. 6악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마지막 악장이 당시 관객이 이해하기 어려운 악장이었다. 세간의 눈치를 보던 베토벤은 마지막 악장을 따로 떼어 작품 133번 ‘대푸가’라는 독립된 곡으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관객의 구미에 맞는 새 악장을 써서 빈 자리를 채웠다.
이번 공연에서 벨체아 콰르텟은 원곡대로 연주했다. 19세기에 20세기의 전위음악을 예고한 마지막 6악장에서는 활털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거침없이 밀고나갔다. 전통과 뿌리에 대한 고증적 접근을 하면서도 연주자의 개성이 잘 조합된 연주였다.
이날 공연은 현악사중주단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줬다. 현악사중주에서는 간혹 특정 악기나 연주자가 두드러져 보일 때가 있다. 연주를 잘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완벽한 사각형을 그려야 하는 이들의 행보에서 두드러지는 한 존재는 세 선의 길이와 맞지 않아 불편한 하나의 선과 같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벨체아 콰르텟은 완벽한 정사각형을 그려냈다. 하이든 작품을 연주할 때 제2바이올린 주자에게 자칫 드리워질 수 있는 제1바이올린의 그늘은 찾아볼 수 없었고, 자칫 첼로에 흡수되거나 바이올린에 밀리는 비올라의 소외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런 균형감은 혼란스러운 리게티 작품과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베토벤 작품에서도 흔들림 없이 유지됐다.
송현민 음악칼럼리스트 bstso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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