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경계 사라지는 실버상품… 안마의자·홍삼에 꽂힌 2030

입력 2017-12-08 18:37
건강·여가에 아낌없이 쓰는 '포미족'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 소비 늘어


[ 구은서/조아란 기자 ] 직장인 고모씨(25)는 지난달 자취방에 있던 소파를 치우고 안마의자를 들여놨다. 영업직이라 ‘발품’을 파는 일이 많아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돼 휴식이 필요했다. 안마의자 가격과 이사를 고려해 구매 대신 한 달에 5만~6만원대인 렌털 서비스를 택했다. 고씨는 “처음 전신 마사지 기능이 있는 안마의자를 집에 놓겠다고 하니 친구들이 ‘할머니냐’고 놀리더라. 그런데 막상 집에 놀러와서 안마의자에 앉아본 뒤에는 렌털 서비스 전화번호를 물었다”고 했다.

‘실버 상품’의 경계가 사라짐과 동시에 과거 ‘효도 상품’이던 제품을 찾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안마의자가 대표적 사례다. 바디프랜드에 따르면 지난해 안마의자 구매자 중 20대가 5.6%, 30대가 31.7%를 차지했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과거 젊은 고객의 99%가 부모님께 선물하기 위해 안마의자를 구입했다면 최근에는 절반 정도는 본인이 사용할 목적으로 구입한다”고 전했다. 스마트폰, 노트북 사용이 늘면서 어깨나 목 등 신체적 피로를 호소하는 젊은이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안마의자업계는 이런 흐름에 맞춰 렌털 서비스, 소형 모델 등을 내놓고 있다. 휴테크 관계자는 “올해 초 1인, 2인 가구를 겨냥해 흔들의자와 안마의자를 결합한 소형 모델을 출시했다”며 “과거와 달리 안마의자업계도 젊은 층을 고려한 디자인이나 마케팅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 효도 상품인 건강보조식품도 마찬가지다. 한국인삼공사, 농협 한삼인 등은 젊은 층을 겨냥해 스틱형 홍삼액 제품을 잇따라 내놨다. 학교나 직장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소용량을 스틱형 포장에 나눠 담았다. 텔레비전 광고도 직장에서 동료들이 홍삼을 나눠 먹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 추석 한국인삼공사는 자녀가 부모에게 홍삼 제품을 선물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부모가 자녀에게 홍삼 제품을 선물하는 광고를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나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이른바 ‘포미족(for me+族)’의 등장이 이런 현상을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포미족은 ‘건강(for health)’ ‘여가(recreation)’ ‘편의(more convenient)’ ‘고가(expensive)’의 약자를 딴 조어로 자신을 위한 소비에 적극적인 20~30대를 말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1인 가구가 늘면서 건강과 여가생활, 자기계발에 돈을 아끼지 않는 포미족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버 상품의 경계가 사라진다는 것은 소비의 기준으로 ‘지금 이 순간 나의 욕구’를 최우선시한다는 의미”라며 “과거와 달리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분방한 소비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은서/조아란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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