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예루살렘의 3대 종교

입력 2017-12-08 17:49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은 한 뿌리에서 태어났다. 모두 중동에서 시작됐고, 아브라함을 ‘믿음의 조상’으로 여긴다. 아브라함의 소실인 하갈은 이스마엘을 낳았다. 아브라함의 본처인 사라의 박대를 받은 하갈과 이스마엘은 황야로 도망쳤다. 아랍인은 자신들이 이스마엘(이슬람 경전인 코란에는 이스마일로 표기)의 자손이라고 믿는다.

아브라함이 100세가 됐을 때 사라는 이삭을 낳았다. 유대인은 이삭의 후손이다. 이후 이삭의 후손 다윗의 가문에서 예수가 태어났다. 세 종교는 창세기와 출애굽기 등 구약성서의 이른바 ‘모세 5경’을 경전에 포함하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야훼(여호와)와 알라 모두 유일신이다.

코란에는 아브라함(이브라힘)과 모세(무사)뿐만 아니라 예수(이사) 탄생 기록도 있다. 무함마드가 이슬람을 창시하기 전까지 아랍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최고 예언자로 존경했다.

예수를 어떻게 보느냐를 놓고 세 종교는 차이가 있다. 기독교는 예수를 하느님과 함께 ‘삼위일체’의 신(神)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이슬람은 예수를 단순한 선지자로만 여기고, 무함마드를 알라의 권능을 대신하는 가장 위대한 예언자로 믿는다. 유대교는 예수를 인정하지 않는다.

세 종교는 같은 뿌리를 뒀지만, 무함마드 사후 반목의 골이 깊어졌다. 중세 기독교인들은 이슬람이 기독교 핵심 교리를 왜곡하고 무함마드를 메시아 위에 올려놓았다고 비판했다. 유럽인들이 기독교 발상지인 예루살렘 등의 회복을 기치로 내걸고 벌인 십자군전쟁, 이슬람제국 사라센과 오스만튀르크의 유럽 침략 등 충돌이 이어졌다. 1948년 유대교를 믿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이 살던 곳에 건국한 뒤엔 네 차례의 중동전쟁이 발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세 종교 모두 성지로 여기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한 뒤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지옥의 문이 열렸다”며 3차 ‘인티파다(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운동)’ 시작을 선포했다. 이 지역이 다시 ‘세계의 화약고’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무함마드는 “내 사후(死後)에는 기독교인들과 평화롭게 지내라. 특히 유대인은 우리 형제이니 잘 보호해야 한다”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이슬람, 무슬림 등에 붙는 ‘-slm’은 평화를 뜻한다. 예루살렘은 히브리어로 ‘평화의 도시’를 의미한다. 이곳에 진정한 평화는 언제 찾아올까.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