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방식 재건축, 이젠 시행 대신 대행으로!
대행자 방식 재건축·재개발 활기
최근 HUG 분양보증 가능해져
대전 용운주공 조합, 한토신 선정
비리 차단되고 사업속도 빨라져
[ 김진수 기자 ]
조합을 대신해 신탁회사가 사업을 추진하는 신탁 방식의 재건축·재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다. 신탁사가 사업 주체가 되는 ‘시행자 방식’뿐 아니라 조합의 위탁을 받는 ‘대행자 방식’ 등 사업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조합 집행부의 비리로 사업이 지연될 위험이 없고, 전문성을 갖춘 신탁사의 도움으로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재건축을 앞둔 주민들이 선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행자 방식 수주도 활기
신탁 방식 도입 초기에는 재건축·재개발 조합 없이 사업을 진행하는 시행자 방식이 많았다. 최근에는 조합이 있는 상태에서 신탁회사가 사업을 이끌어 나가는 대행자 방식이 늘고 있다. 지난해 9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행자 방식으로 하는 신탁 사업도 분양보증을 받을 수 있게 하면서부터다.
조영호 코람코자산신탁 부사장은 “일반적으로 시행자 방식은 추진위원회 구성이나 조합 설립이 안 된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이 주로 추진하는 반면 조합은 설립됐지만 사업 자체가 지지부진한 경우 대행자 방식으로 진행되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대전 용운동 용운주공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2014년 12월 동문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사업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자 지난해 7월 총회를 통해 한국토지신탁을 사업 대행자로 선정했다. 이후 대림산업과 고려개발 등 대형 건설업체가 시공을 맡아 이달 ‘e편한세상 대전 에코포레’라는 단지명으로 분양하게 됐다. 이 단지는 지상 최고 34층 2267가구 중 1320가구(전용면적 43~84㎡)를 일반분양한다.
대행자 방식의 수주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은 지난 10월 서울 흑석동 흑석11구역 재개발 사업 대행자로 선정됐다. 흑석11구역은 8만6000㎡ 부지에 1400여 가구의 대단지 아파트를 신축하는 사업이다.
또 한국자산신탁도 지난달 말 경기 남양주 덕소5A구역 사업 대행자로 선정됐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지난해 10월 서울 도봉구 도봉2구역 사업(299가구)을 대행하기로 했다.
◆신속한 사업 진행 장점
한국자산신탁 한국토지신탁 등 신탁사들은 2016년 3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 시행된 이후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신탁 방식은 신탁회사가 금융감독원에 자금 관리 등을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조합 내 비리나 위법 행위 등이 사전에 차단되는 등 사업의 투명성이 보장된다는 게 장점이다. 풍부한 자금과 경험이 많은 신탁회사가 참여해 사업 속도도 빠르다.
K신탁 대표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서 조합장이 비리 등으로 구속되지 않은 사업장이 드문 게 현실”이라며 “비리로 소중한 조합원 돈이 엉뚱한 곳으로 새거나 사업이 지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신탁 주도 재건축이 앞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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