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유통물량 조절해 과도한 가격변동 대응
미국, 최저응찰가격 설정
[ 심은지 기자 ] 유럽연합(EU)과 미국 등은 배출권 거래 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다. EU 배출권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한국의 2분의 1 정도다. 그만큼 기업들의 부담이 적다는 의미다. 비결은 간단하다. 정부가 수급을 적절히 통제해가며 가격을 안정시키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불투명한 배출권 정책 탓에 수급이 불균형을 이뤄 가격이 뛰는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EU는 시장안정화 비축제도(MSR: market stability reserve)를 도입했다. 정책당국이 과도한 가격 변동 시에 시장 내 유통물량을 조절해 가격을 안정시킨다. 한국의 농산물 비축제도와 비슷하다. 구체적으로는 일시적으로 배출권 할당을 유보하는 등의 일시적 총량조정방안이 있다. 총량 일부를 예비분으로 할당하고, 경매량을 조절하기도 한다.
다만 유럽의 안정화 정책은 기본적으로 거래물량이 많은 시장에서 효과적이라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또 가격이 폭등한 국내 사정과 달리 유럽은 경기침체, 배출권 과다공급으로 배출권 가격이 하락한 시점에서 마련한 제도라는 차이가 있다.
미국은 거래물량이 유럽에 비해 적기 때문에 물량 통제가 아니라 가격 기준으로 안정화 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캡앤드트레이드(cap and trade) 프로그램과 동부의 RGGI(regional greenhouse gas initiative)가 이 같은 방식이다.
캡앤드트레이드 프로그램은 경매의 상한가(현재 40달러)와 하한가(13~14달러)를 정해놓고 경매낙찰가가 상한가를 넘어가면 예비분을 풀어 가격을 조정한다. RGGI는 배출권 경매 시 최저응찰가격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하한가를 정한다. 급등 시에는 별도의 안전장치로 ‘상쇄배출권 한도 조정’에 나선다. 배출권 12개월 이동평균가격이 정책당국이 설정한 기준가격을 초과하면 상쇄배출권 한도를 기존 3.3%에서 5~10%로 확대해 가격을 낮춘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에도 배출권 가격 안정화 방안과 정책 수단이 열거돼 있다. 배출권 거래가격을 일시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근거 규정도 있다. 하지만 열거된 방안에 대해 조치의 우선순위 세부 방법 등이 없다 보니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가격 안정화 시점과 정도 등을 구체화한 안정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현장 목소리가 크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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