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대폭발) 이후 초기 우주지도를 제작해 우주 진화의 실마리를 제공한 과학자들이 실리콘밸리의 부자들이 주는 기초과학상을 받았다. 이들 과학자들에겐 32억원이 넘는 상금이 수여됐다.
미국 브레이크스루상(Breakthrough Prize) 재단은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관측 위성인 윌킨슨마이크로파관측위성(WMAP)을 활용해 초기 우주 지도를 제작한 과학자 다섯 명에게 기초물리학 브레이크스루상을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이 상은 2012년 러시아 출신의 벤처투자자 유리 밀너와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등이 수학과 기초물리학, 생명과학에 힘쓴 과학자에게 주기 위해 제정했다. 한해 수여되는 상금만 2200만달러나 된다. 분야별 상금이 300만달러(32억5000만원)로 노벨상의 세 배 가까이 된다.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권위를 인정 받으면서 ‘실리콘밸리 노벨상’ ‘과학의 오스카상’으로도 불린다.
올해 수상자는 기초물리학 분야 5명, 생명과학 5명, 수학에서 2명이다. 기초 물리학상을 받은 찰스 버넷 존스홉킨스대 교수와 개리 힌쇼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 노먼 저로시크 프린스턴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지난 2001년 미국항공우주국(NASA)가 쏘아올린 WMAP위성을 이용해 우주 대폭발 때 생성된 ‘태초의 빛’인 우주배경복사(그림) 지도를 작성하고 우주 진화와 은하계 형성의 비밀을 재정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흔히 불에서 시작해 얼음으로 끝난다고 일컬어지는 우주의 운명을 새롭게 규명한 것이다. 재단은 이들을 포함한 다섯명 연구자에게 300만 달러 상금을 균등하게 배분하기로 했다.
조앤 코리 미국솔크연구소 교수는 식물 성장과 발달, 세포가 햇빛을 에너지로 바꾸는 광합성의 비밀을 푼 공로로 생명과학상을 받았다. 돈 클리블랜드 미국 캘리포니아대 루드비히 암연구소 교수는 퇴행성질환인 유전성 루게릭병을 유발하는 분자 메커니즘을 규명한 공로로, 킴 내스미스 영국옥스퍼드대 교수는 세포 분화 과정에서 염색체 분리에 대한 이해를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아 각각 300만달러의 상금을 받게 됐다. 또 세포 소포체에서 ‘단백질 펴짐’이 탐지되고 교정되는 메커니즘을 밝힌 모리 카즈토시 일본 교토대 교수와 피터 월터 미국 UC샌프란시스코 교수도 상금 300만달러를 나눠 가졌다.
수학상은 크리스토퍼 헤이컨 미국 유타대 교수와 제임스 맥커넌 UC샌디에이고 교수가 받았다. 두 사람은 모든 차원을 최소화하는 모델로 변환하는 대수 기하학의 새 영역을 개척한 공로로 상금 300만달러를 나눠갖게 됐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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