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연임 포기…"현 정부와 결 다르다"

입력 2017-12-04 22:16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사진)이 다음 협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황 회장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임기 만료까지 두 달이 남았는데 연임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연임 포기의사를 밝혔다.

황 회장은 문재인 정부와의 정책 방향성이 달랐음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과 지금 시대를 끌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나와는) 결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현재의 많은 정책을 보면 생각과 다른 것들이 있고 국회 쪽에 건의해도 잘 통하지 않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교 용어로 나는 척결 대상이나 사형 대상은 아니나 환영받지 못하는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와 같았다"며 "연임을 하겠다고 노력하는 게 여러 가지로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황 회장은 또 "나는 시장주의자로 시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데 반해 현 정부는 시장이 위험하므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강한 정부, 큰 정부 중심으로 돌아가 다소 결이 다르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황 회장의 연임 포기 발표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금융투자업계에서 나온다. 지난달 30일 최 위원장은 "대기업 그룹에 속한 회원사 출신이 출신 회사의 후원이나 도움을 받아 회장에 선임된 경우가 많았다"며 "그런 사례가 또 나타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1975년 삼성물산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뒤 옛 삼성투신운용과 삼성증권 사장을 맡았다. 2004년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2008년에는 KB금융지주 회장을 지냈다. 2015년 금융투자협회 회장에 당선된 뒤 초대형 투자은행 인가,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 개인종합 자산관리계좌(ISA) 도입 등을 추진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증권사 56곳, 자산운용사 169곳, 선물사 5곳, 부동산신탁사 11곳 등의 회원사를 둔 협회로, 협회장은 회원사의 자율 투표로 선임된다. 차기 협회장은 이달 중 공모를 거쳐 내년 1월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복수 후보가 선정되면 임시총회에서 최종 선출한다.

현재 전·현직 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자(CEO) 서너 명이 출마 의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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