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스기 등에 첫 전시수준 타격 임무… 사실상 '군사옵션' 실행

입력 2017-12-04 19:07
한·미, 사상최대 공중훈련

8일까지 비질런트 에이스
한·미 항공기 230대 출격
F-22 · B-1B 랜서 등 참가 장비·인원 대폭 늘려

중국도 서해에서 대응 훈련
'일촉즉발' 긴장감 돌아


[ 정인설/김채연 기자 ]
한국과 미국이 4일 사상 최대 규모의 공중연합훈련을 시작했다. 오는 8일까지 레이더망에 잘 잡히지 않는 미국의 스텔스기 24대를 포함해 양국의 항공기 230여 대가 한반도 주변 상공에서 북한 미사일 기지 타격 훈련 등의 작전을 펼친다. 북한이 지난달 29일 미국 워싱턴DC까지 날아갈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한 뒤 5일 만에 한·미가 군사옵션을 방불케 하는 역대급 훈련에 돌입한 것이다. 미국과 중국에서 ‘한반도 전쟁위기론’이 다시 거론될 정도로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달 중순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강(强) 대 강’ 구도를 전환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 스텔스기 24대 투입

한국 공군작전사령부와 주한 미7공군사령부는 이날부터 8일까지 한·미 공군의 연합작전 수행 능력을 키우기 위한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 훈련을 시행한다. 한·미는 매년 하반기에 이 훈련을 했지만 올해는 규모와 강도 면에서 이전과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중 전력 중심의 훈련인데도 1만2000여 명의 미군이 참여하고 한국과 미국의 항공기 230여 대가 한꺼번에 투입된다.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에 있는 스텔스 전투기 F-22 6대가 처음으로 한꺼번에 한반도로 들어왔다. F-22는 마하 2.5 이상의 최고속도로 적 방공망을 뚫고 은밀하게 침투해 북한의 핵시설 같은 핵심 목표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북한은 F-22 편대가 한반도에 전개됐을 때 김정은 위원장의 동선을 은폐하는 등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미국의 최신 스텔스 전투기 F-35A 6대도 훈련에 투입됐다. F-35A도 스텔스 성능이 뛰어나 적 상공에 침투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F-35A에 수직 이·착륙 기능을 더한 F-35B 12대는 일본에 있는 미 공군기지에서 출격해 한반도 상공에서 훈련한 뒤 다시 돌아가는 방식으로 참가한다.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 편대도 한국 상공에서 폭격 연습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미 공군 전자전기 EA-18G 그라울러 6대와 우리 공군 전투기 F-15K, KF-16 등도 훈련에 참가한다. 북한의 핵시설과 미사일 기지 및 이동식 발사대, 장사정포 타격 훈련 등을 집중적으로 한다.

국방부는 이날 “이번 훈련은 한반도 전시 상황을 가정해 주야간 전천후 공중임무명령서(Pre-ATO)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텔스 전투기 24대를 비롯한 각각의 전투기 조종사에게 주야간 전천후 Pre-ATO를 처음 부여해 전시 타격임무 상황에 부합한 훈련을 한다는 설명이다. Pre-ATO는 전시에 북한 핵심 표적 700여 개를 일거에 타격할 수 있도록 임무를 맡기는 연합 작전계획을 말한다.

◆판 커지는 한·미 연합훈련

새 정부 들어 한·미 연합훈련 강도와 규모가 커지고 있다. 새로운 훈련이 생기고 매년 해오던 정례훈련 앞에는 대부분 ‘사상 최대’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될 정도다. 우리 해군은 지난달 6~7일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막기 위해 처음으로 미국 및 호주와 해양차단 훈련을 벌였다.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군 단독으로 하던 훈련을 다국적 연합훈련으로 규모를 키운 것이다.

이처럼 새롭게 시작하는 한·미 연합훈련이 늘면서 우리 군이 하는 다국적 연합훈련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3년 10회이던 해병대의 연합훈련은 2016년 22회로 급증했다. 같은 시기 해군의 연합훈련 수도 17회에서 21회로 늘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항모 3척과 김정은 참수작전을 할 수 있는 부대가 탑승하는 핵잠수함이 한반도에 온 데 이어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공중훈련까지 실시한 것만 봐도 어마어마한 군사적 옵션을 실행할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북한의 도발 강도에 따라 미국의 군사적 옵션 강도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중국 공군은 날짜를 특정하지 않은 채 자국 정찰기가 최근 서해와 동중국해에서 장거리 정찰 훈련을 벌였다고 말했다. 여태까지 중국 공군이 비행한 적이 없는 구역에서 훈련한 것으로,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을 겨냥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2~3일에 이어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을 이날도 비난했다. 중국 외교부는 “유관국들이 서로 자극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설/김채연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