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중국 근대화가 산유의 '마거리트'

입력 2017-12-04 18:45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 김경갑 기자 ] 중국 근대화가 산유(1901~1966)는 프랑스에서 서양미술을 공부한 중국의 1세대 해외파 작가다. 쓰촨성의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열 살 때부터 서예를 배워 동양적 붓놀림을 그림에 적용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18세기 말 유럽에서 유행했던 표현주의 화풍의 영향을 받은 그는 대체로 흰색, 분홍색, 노란색, 검은색을 활용해 사물을 비교적 단조로운 형태로 그려냈다.

1931년 제작한 이 그림은 ‘사랑의 기쁨’이란 꽃말을 가진 마거리트를 모티브로 그린 수작이다. 붉은색 꽃잎, 검은색이 감도는 잎과 줄기, 햐얀 꽃병이 어우러져 화사하면서도 로맨틱한 느낌을 준다. 마거리트의 줄기와 잎을 흑색의 섬세한 농담(濃淡)으로 표현해 입체감과 리듬감을 살려냈다. 서예에서 영감을 받은 필력과 서양화 기법이 서로를 완벽하게 보완하는 형태로 작품에 반영됐다. 꽃병을 의도적으로 분홍색과 흰색 바탕의 접점에 배치해 꽃과의 묘한 조화도 노렸다. 사물과 공간의 여백, 꽃과 가지, 밝은색과 어두운색 등 서로 대립되는 요소들이 마치 음양처럼 잘 녹아 있다.

가로 45㎝, 세로 81.2㎝ 크기의 이 그림은 지난달 25일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5072만홍콩달러(약 70억원)에 새 주인을 찾아갔다. 산유의 작품 중 경매 최고가는 2011년 5월 홍콩 라베넬 경매에서 1억2000만홍콩달러(약 166억원)에 낙찰된 ‘다섯 명의 나부(裸婦)’가 보유하고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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