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볶음면 2500억 '화끈한 매출'… 삼양식품 간판라면 꿰찼다

입력 2017-12-04 18:39
유튜브 동영상 타고 매출 '핫'
매운맛 호기심에 '먹기 도전'
중국·베트남 등 아시아서 대박
성장세 30%… 경쟁사들 압도

김정수 사장의 아이디어
매운 걸로 스트레스 푸는데 착안
전세계 고추 연구하며 소스 개발
전인장 회장 "반짝 유행 안된다"
해외 마케팅 강화하며 수출 늘려


[ 이유정 기자 ]
1963년 한국인의 식탁에 ‘혁명’을 일으킬 제품이 출시됐다. 삼양식품이 국내 최초의 라면 삼양라면을 내놨다. 이 제품 하나로 삼양식품은 1972년 재계순위 23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삼양식품은 1980년대 중반 농심에 라면업계 1위 자리를 내줬고, 지금은 오뚜기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매출 정체와 신제품 부진으로 고전하던 삼양식품이 재기에 나서고 있다. ‘불닭볶음면’이 삼양라면을 끌어내리고 간판상품으로 자리잡은 덕분이다. 올해 전체 라면시장은 정체됐지만 삼양식품은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불닭볶음면 매출 두 배 늘어

불닭볶음면은 2012년 4월 나왔다. 그냥 애들이 좋아하는 매운 라면일 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역주행을 시작했다. 해외에서 대박이 터졌다.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서 제품을 찾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매년 5% 정도 늘던 매출은 지난해 30% 급증했다. 별다른 마케팅도 하지 않았다.

한국에 유학 온 영국인 유학생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등이 퍼지면서 해외에 입소문이 났다. 매운맛에 대한 호기심으로 불닭볶음면 먹기에 ‘도전’하는 영상이 잇따랐다. 동남아시아 소비자들이 눈물 콧물을 흘리며 도전하는 동영상 조회 수가 1000만 건을 넘어서기도 했다.

불닭볶음면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김정수 사장(53)이다. 고(故) 전중윤 삼양식품 창업자의 장남인 전인장 회장(54)의 부인인 그는 명동의 매운 불닭 음식점에서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푸는 것을 보고 라면에도 강한 매운맛을 적용해보기로 했다. 마케팅 및 연구소 직원들과 유명한 불닭, 불곱창, 닭발 맛집들을 다녔다. 세계 다양한 매운 고추를 사와 연구도 했다. 1년간 매운 소스 2t, 닭 1200마리를 사용하며 연구를 거듭한 끝에 한국식의 ‘맛있게 매운 소스’를 개발했다.

수출로 방향을 잡다

전 회장은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한때 유행으로 끝나면 안 된다며 과감히 지원했다. “이제는 좁은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수출을 통해 해외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초 해외마케팅팀을 신설하고 중국, 아시아권, 미주권 등 지역별로 세분화해 차별화된 프로모션을 했다. 온라인 구매 비율이 높은 중국에선 징둥닷컴 등 유명 사이트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어 특가 행사를 하고, K팝이 인기인 동남아에선 학교를 방문해 학생 소비자를 공략했다. 커리불닭볶음면(중국, 말레이시아), 마라불닭볶음면(중국) 등 현지화한 제품도 내놨다.

해외에서 불닭볶음면이 잘 팔린 덕에 삼양식품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3304억원을 내며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 성장했다. 같은 기간 경쟁회사 세 곳의 매출 증가율은 평균 3%대였다. 불닭볶음면 매출이 전년의 두 배에 달하는 1850억원으로 늘어난 덕분이다. 회사 전체 매출은 올해 처음 4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매출 다변화 과제도

2015년까지 삼양식품의 ‘간판’은 삼양라면이었다. 하지만 국물라면 경쟁에서 밀리고, 내수시장 정체로 삼양라면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50여 년 만에 회사 간판 제품 자리를 불닭볶음면에 완전히 내줬다.

삼양식품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제대로 된 국물라면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매일 먹기에 불닭볶음면 맛이 너무 자극적인 데다 매출 의존도(올 3분기 누적기준 56%)도 높기 때문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지난 8월 출시한 삼양라면 매운맛으로 브랜드를 확장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삼양라면 매출 확대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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