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사모펀드의 기업 구조혁신] 3.아펠가모, 더채플 인수한 유니슨캐피탈

입력 2017-12-04 09:42
"국내 최초의 기업형 멀티 웨딩 브랜드 키운다"


이 기사는 11월20일(11:5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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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웨딩홀 운영이 웬 말이냐!”

2013년 CJ그룹은 때아닌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2010년 CJ푸드빌이 시작한 웨딩홀 브랜드 ‘아펠가모’가 신혼 부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자 예식장 사업주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난 것.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시너지도 크지 않은 웨딩 사업은 향후 2년여간 CJ그룹에 ‘계륵’같은 존재가 됐다. CJ의 고민을 해결해준 건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 유니슨캐피탈이었다. 유니슨은 지난해초 아펠가모 사업부를 인수해 CJ그룹의 앓던 이를 빼줬다. 동시에 국내 최초로 여러 브랜드를 거느린 웨딩 기업을 탄생시켜 영세하던 웨딩업계에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고아기업’ 입양해 ‘적자’로

시작은 2010년 CJ푸드빌 내에 만들어진 웨딩연회사업팀이었다. 사업팀은 서울 광화문과 반포, 잠실에 ‘아펠가모’라는 브랜드로 웨딩홀을 열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웨딩 연회장 사업은 호텔과 일반 예식장으로 양분돼 있었다. 합리적인 가격에 호텔 못지않은 시설을 내세운 아펠가모 브랜드에 소비자들은 환호했다.

아펠가모는 출범 5년만인 2015년 이용객수(하객 포함) 55만명을 돌파했다. 매출 243억원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51억원으로 실적도 급성장했다. 웬만한 중소기업 부럽지 않은 실적이었다. 매출 대비 EBITDA 마진율은 21.0%로 사내 사업부 중 최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안팎의 대우는 그렇지 못했다. 우선 식자재업체인 CJ푸드빌로서는 핵심 사업 부문이 아니었다. ‘파인 다이닝’(고급 식사)을 지향하는 아펠가모 연회의 특성상 회사 밖에서 공수한 고급 재료만 사용하다보니 시너지 효과도 크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외부에서는 대기업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이 거세졌다. 사업팀은 좋은 실적을 내고 있었지만 입지는 갈수록 좁아졌다. 분위기상 신규 출점도 불가능해 사업을 더이상 성장시키기 어려워졌다. CJ는 “추가 출점을 자제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뒤 사업팀 매각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웨딩연회사업팀은 사모펀드(PEF)들이 이야기 하는 전형적인 ‘고아 기업’(Corperate Orphan)이었다. 고아기업이란 모기업으로부터 인력이나 자금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매각 대상이 된 자회사나 사업부를 통칭하는 말이다. 김수민 유니슨캐피탈 대표는 “고아 기업들은 사모펀드들이 굉장히 좋아하는 매물”이라고 말했다. “적절히 지원하면 실적을 개선시킬 여지가 많고 대기업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돕는다는 명분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아펠가모 자체가 매력적인 매물이었다. 브랜드 인지도도 높았고, 대기업에서 잘 관리된 인력과 시스템도 높은 점수를 줄 만 했다. 미리 고객 수를 예측해 선 예약금을 받는 사업 특성상 운전 자본이 거의 들지 않고 현금 창출능력도 뛰어났다. 유니슨은 CJ그룹 관계자들을 접촉해 사업팀을 매각하는 것이 회사와 팀에 바람직하다고 설득했다. 추가적인 성장이나 사업 부문간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선제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CJ도 매각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다만 안팎의 동요를 줄이기 위해 비밀리에 협상을 시작했다. 가치 평가(밸류에이션)에는 큰 이견이 없었다. 국내에서 웨딩 기업이 거래된 사례가 별로 없어 참고할만한 기준은 없었지만, 일본 등 해외에 상장된 웨딩 기업들의 주가를 참고해 협상을 이어갔다. 금액은 400억원 안팎에서 논의됐다.

한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약 100여명의 사업팀 소속 직원 전원에게 소속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 CJ 직원들 입장에서는 회사를 분사해 매각할 경우 하루 아침에 신생 중소기업 직원이 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선택권을 주겠다는 게 CJ의 입장이었다. 사모펀드(PEF)에 매각되는 것에 대한 직원들의 우려도 상당했다. 곽승웅 유니슨캐피탈 전무는 “조직화된 인력과 서비스가 아펠가모의 최대 장점중 하나였는데 인력이 많이 빠져나갈 경우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며 “특히 인력이 얼마나 빠져나갈 지 미리 예측해 밸류에이션에 반영할 수 없다는 게 큰 리스크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소탐대실’ 피한 유니슨

유니슨은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펠가모를 과감히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직원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양측은 본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금액은 약 400억원으로 정해졌다. 국민연금으로부터 출자 받아 만든 3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에서 인수 자금을 마련했다.

CJ와 합의한 ‘소속 선택 유예 기간’은 한달이었다. 유니슨은 아펠가모 사업팀 임직원들을 일일이 만나 설득했다. 김 대표, 곽 전무 등 주요 유니슨 임원들이 직접 프리젠테이션(PT)과 개별 면담을 통해 비전을 제시했다. 향후 3년간 고용을 보장해주기로 하고 CJ 계열사 카드 혜택 등 직원 입장에서 잃게 될 작은 기회 비용도 별도의 인센티브를 통해 보전해주기로 약속했다. 결과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유니슨 내부적으로는 남는 직원 수에 따른 대응 시나리오를 만드는 작업도 병행했다.

한 달 뒤 유니슨은 뜻밖의 결과를 받아들었다. 전 직원의 90%인 약 90명이 CJ가 아닌 주식회사 아펠가모 소속을 택한 것이다. 곽 전무는 “눈앞의 수익보다 회사의 성장과 직원 배려에 더 초점을 두겠다고 꾸준히 설득한 것이 주요했던 것 같다”며 “인력과 조직을 거의 그대로 유지한 채 운영할 수 있게 돼 큰 리스크를 덜었다”고 말했다.

결국 유니슨은 지난해 7월 남은 인수 대금을 지불하고 거래를 완료했다. 유니슨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아펠가모가 정식 출범했다.

하지만 곧 또 하나의 위기가 찾아왔다. CJ그룹에서 사모펀드로 손이 바뀐다는 소식에 이미 식장을 예약했던 신혼부부들이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인 것. 일부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사모펀드로 주인이 바뀌면 음식이나 서비스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돌았다. 식을 몇 달 앞두고 예약을 취소해달라는 부부들도 속출했다. 김 대표는 “취소를 원하는 고객들에게는 수수료 없이 모두 취소하도록 해 줬다”며 “단기 수익에 타격을 입을 수 있었지만 장기적인 기업 이미지와 신뢰를 제고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 그해 7~10월로 잡혀있던 예식이 대거 취소되면서 3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그러나 유니슨은 일희일비하지 않고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분리 예식의 경우 뷔페 재료와 메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예식 후 신혼 부부들을 위한 서비스도 추가했다. 예를 들어 예식 후 먹을 수 있는 스낵 등 ‘스몰푸드’를 제공했으며 결혼 후 백일 또는 1년에 맞춰 이벤트도 마련했다. 곽 전무는 “아펠가모가 주인이 바뀐 이후에 서비스가 더 좋아졌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8~9월부터 예약률이 예년 수준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 지붕 두 가족’ 만들기

아펠가모가 빠르게 정상화되자 유니슨은 애초에 계획했던 추가 M&A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아펠가모와 유사하면서 조금 더 고급화된 웨딩 브랜드 ‘더 채플’이 타깃이었다. 더 채플 운영 업체인 유모멘트는 CJ웨딩연회사업팀 임직원 중 일부가 독립해 2013년 설립한 회사였다. 청담점과 가양점 등 3곳의 웨딩홀을 운영하고 있었다. 2015년 기준 매출 203억원에 EBITDA는 19억원 수준. 두 회사의 모체가 같고 브랜드 이미지도 유사해 인수 이후 통합이 용이할 것이라는 게 유니슨의 계산이었다.

유니슨은 곧바로 유모멘트 경영진 설득에 나섰다. 경영진은 더 채플의 실적이 좋아 추가 출점을 원했지만 자본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증자를 통해 부채 비율을 줄이고 지점을 더 늘릴 수 있다”는 유니슨의 설득에 협상은 가시화됐다. 결국 유모멘트는 제 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유니슨으로부터 180억원을 투자받는 데 합의했다. 유니슨은 유모멘트의 지분 약 60%를 확보해 경영권을 손에 넣었다. 나머지 40%는 유모멘트 창업 멤버들이 보유하기로 했다. 지배구조는 유모멘트를 모회사로 두고 아펠가모는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유니슨(대주주)-유모멘트-아펠가모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다만 조직은 수평적인 구조로 만들기로 했다.

토대는 만들어졌지만 두 조직을 법적으로 합치기 전에 PMI(인수 후 통합)가 중요했다. 지난해 9월부터 두 회사의 대주주가 모두 유니슨임을 알리고 가상 통합 조직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매주 통합 경영 위원회를 열고 두 회사의 조리 예약 운영 등 핵심 인력들을 모아 전략 회의를 함께 열었다. 실적도 함께 집계했다. 그리고 다음달인 10월 서울 서초동에 사무실을 새로 내고 두 회사를 통합 이전했다. 곽 전무는 “조직이 물리적으로 합쳐지기 전에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작업을 마쳐 통합 이후에도 큰 문제 없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며 “각자의 브랜드 하에서 경쟁도 하지만 한 회사로서 협력하며 윈-윈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춰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에는 그동안 부족했던 임원 조직도 정비했다. 대표이사에는 STX 임원 출신의 이시형 대표를,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마케팅책임자(CMO)에는 각각 이 분야 경험이 많은 이창원 실장과 장현아 실장을 선임했다. 회사의 기존 서비스와 문화는 유지하되 재무와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라는 게 유니슨의 주문이었다.

◆소비자 니즈 맞추기 위한 ‘멀티브랜드 멀티포맷’ 전략

유니슨은 두 회사의 인수와 통합에 성공하면서 웨딩 종합 기업의 발판을 만들었다. ‘아펠가모’와 ‘더채플’이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이미 잘 구축된 만큼 각 브랜드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각 브랜드 별로 콘셉트를 다양화하는 ‘멀티브랜드-멀티포맷 전략’을 채택했다.

예를 들어 클래식한 웨딩 콘셉트의 아펠가모 반포와 광화문은 ‘아펠가모 더 클래식’이라는 서브네임을, 컨벤션과 돌잔치가 많은 아펠가모 잠실은 ‘아펠가모 뱅킷’이라는 이름을 각각 붙였다. 이달 문을 여는 아펠가모 선릉점은 기존 점포 보다 현대적인 분위기의 인테리어를 갖춘 만큼 ‘아펠가모 디 얼반’으로 정했다. 곽 전무는 “브랜드는 하나지만 포맷을 여러 가지로 나눠 고객들이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갈수록 다양해지는 고객들의 욕구와 취향에 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아펠가모 디 얼반은 아직 오픈 전임에도 불구하고 사전 예약률이 전 점포 중 가장 높을 정도로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게 유니슨 측 설명이다.

실적도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아펠가모와 더채플 두 법인 전체 매출은 2015년 446억원에서 지난해 462억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올해는 약 5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더채플의 경우 2015년 매출 203억원, EBITDA 19억원에서 올해는 각각 249억원, 30억원으로 성장했다. 곽 전무는 “2016년 인수 이후 아펠가모 집단 예약 취소 사태로 실적이 잠시 꺾였으나 곧바로 회복됐다”며 “초기 비용 투자가 끝나는 내년부터는 더 높은 실적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래 실적을 예측할 수 있는 선행지표인 향후 12개월 예약건수도 지난해 10월 말 기준 1662건이었던 것이 올해 10월말 기준 1858건으로 약 12% 가량 늘어났다.

◆“1등 웨딩 멀티 브랜드 만들 것”

유니슨의 국내 최초로 기업형 종합 웨딩 브랜드를 만는다는 비전을 세웠다. 웨딩 산업은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진출이 어렵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웨딩홀을 개별 사업주들이 운영하고 있다.

“일본의 ‘베스트 브라이덜’을 비롯해 해외에는 웨딩 분야에 상장사들이 꽤 많습니다. 대부분 여러 개의 웨딩 브랜드를 갖추고 수십곳에서 수백곳의 웨딩홀을 운영하면서 수천억원 매출을 올리는 기업들이죠. 반면 우리나라에는 1400여개의 웨딩홀이 있는데 사업주만 1000명이 넘어요. 가격도 정찰제가 아니라 제각각이죠. 선진국에 비하면 체계가 없는 구멍 가게인 셈입니다. 결국 웨딩 산업도 기업화·체인화·브랜드화가 살아남는 길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김수민 유니슨 대표)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웨딩 산업도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을 줄이고 일관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유니슨 설명이다. 실제 유니슨은 두 회사를 인수한 뒤 식자재 구매나 관리 부서를 일원화해 중복되는 지출을 줄였다. 예약 시스템은 100% 전산화했다. 곽 전무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면 같은 가격으로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고 고객 편의도 더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유니슨은 앞으로 아펠가모와 더 채플 브랜드의 웨딩홀을 추가 출점하는 한편 새로운 인수 대상도 물색할 계획이다.

PEF로서 투자금 회수(exit)는 당연히 고려하고 있는 사안이다. 곽 전무는 “우선 3년내 회사를 2배 성장 시키는 것을 기본 목표로 하고 있다”며 “회사 가치(EV)를 2000억원 수준으로 키워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웨딩 산업의 낙후 정도를 고려하면 전체 산업 구조조정에 최소 10년은 걸릴 것”이라며 “사모펀드로서 단순히 하나의 기업에 투자해 이익만 꾀하는 게 아니라 업계 변화를 촉진하는 윤활제 역할을 하며 웨딩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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