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행됐던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공격적인 양적완화 정책이 무뎌지는 분위기입니다. 일본은행이 시장에 공급하는 금액의 증가액이 눈에 띄게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 11월 현재 전년 동월대비 증가액은 51조70000억엔으로 2013년 4월 2차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한 이래 사실상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엔화 발행과 국채 매입 등을 통해 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시장에 공급한 금액을 나타내는 본원통화는 계속 증가해 총액이 470조엔대에 달합니다. 최근 5년간 본원통화 규모가 3배 이상 늘어난 것입니다. 2차 양적완화 정책 실시당시 ‘본원통화를 2년간 2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훌쩍 넘어선 것입니다.
그러던 일본은행의 행보에 최근 들어 변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는 대개 연간 80조엔 규모로 통화 공급이 늘었지만 올해 초부터 점차 둔화되기 시작해 올 11월 현재 51조7000억엔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2차 양적완화를 처음 시작했던 2013년 4~7월이 정책시행 초기단계였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올해가 증가액이 최저 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은행이 별 마찰음 없이 양적완화 정책을 둔화시키면서 시장에선 ‘스텔스 테이퍼링(몰래하는 양적완화 축소)’라는 용어도 등장했다고 합니다.
일본은행이 이처럼 태도변화를 보인 이유로는 양적완화 정책의 부작용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일본은행은 2013년 ‘양’을 축으로 2차 양적완화를 시행했지만 지난 4년 반 동안 물가상승은 약했습니다. 국채의 대량 매입으로 장기금리가 하락하면서 경기를 지탱했지만 국채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서 은행 수익은 악화됐고, 연금운용은 큰 압박을 받았습니다. 개인 소비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입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발언도 미묘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양적완화정책의 부작용을 언급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난 것입니다.
구로다 총재는 지난달 13일 스위스 취리히대 강연에서 “저금리 환경이 금융회사의 기초체력에 끼치는 영향은 누적적”이라며 “금융사와 금융시장 상황을 폭넓게 살펴 금융정책을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장기 금리가 지나치게 떨어지면 보험이나 연금의 자금 운용 여건이 나빠지고 심리적 측면에서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강연에선 A4용지 1페이지 분량을 할애해 금융완화정책의 부정적 측면을 다뤘습니다.
지난 10월30~31일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도 완화정책의 부작용을 여러 번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들은 “금융사 사정을 일일이 고려해 통화정책을 펼 수 없다”고 한 그의 과거 태도와 사뭇 다르다는 게 일본 언론들의 평입니다. “마이너스 금리정책이 지속되면 (은행 재무상태가 악화돼) 금융 중개 기능이 저하되고 양적완화 정책의 효과가 반전될 가능성도 있다”는 발언은 대형 시중은행의 이해를 대변한 것으로도 해석되고 있습니다.
일본이 결국 양적완화 정책을 흐지부지 조용히 종료해 나가는 것일까요. 일본의 양적완화 종료는 어떤 모습을 취할까요. 일본은행이 취할 다음 조치가 궁금해집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