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필 기자 ]
오는 12일로 예정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이 혼탁해지고 있다. 116석을 가진 제1야당의 원내사령탑을 뽑는 자리답게 입법·예산을 주도하기 위한 대여(對與) 전략을 놓고 후보자 간 열띤 격론을 벌일 것으로 생각했다면 너무 큰 기대였을까.
후보자 가운데 이런 비전을 제시한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홍준표 대표 리더십에 동조하느냐 반대하느냐에 따라 ‘친홍(친홍준표) 대 비홍(비홍준표)’ 대결로 치닫고 있다. 조만간 물러날 정우택 원내대표는 “친홍과 비홍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원내대표 후보군은 이주영(5선)·유기준·조경태·한선교·홍문종(4선)·김성태(3선) 의원 등 6명이다. 조 의원과 김 의원을 제외한 4명은 홍 대표와 지난달 말부터 가시 돋친 설전을 주고받았다. 이 의원은 ‘홍준표 사당화’를 지적하며 “막말에 가까운 (홍 대표의) 일부 표현은 당의 이미지를 비호감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박근혜 사당화 7년 동안에는 아무런 말도 못하더니만…”이라고 쏘아붙였다.
지난주는 국회로 넘어온 정부 예산안 처리를 위해 각 당이 치열한 ‘예산전쟁’을 벌이는 와중이었다. 여야 예산안 협의가 진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당 중진의원들은 당권 투쟁에만 골몰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원내대표 선거가 초등학교 반장선거만도 못한 방식으로 흐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원내대표는 당 소속 의원들의 무기명 투표로 선출된다. 15만~25만 명의 유권자들이 뽑는 국회의원 총선거와는 달리, 서로 얼굴을 아는 사람들끼리 입후보와 투표가 이뤄진다. 후보자 능력보다는 의원들 간 친소 관계에 따라 표심이 움직일 때가 많다.
거친 설전이 오가며 집안싸움 양상이 벌어지자 홍 대표와 각 후보들은 뒤늦게 나흘 전부터 발언을 자제하기 시작했지만 이미 여론은 악화될 대로 악화됐다. 한국당은 친박(친박근혜) 대 비박(비박근혜) 계파 싸움으로 지난해 총선에서 완패하고 결국에는 탄핵으로 정권까지 빼앗긴 비운의 정당이다. 원내대표 경선을 지켜보면 도대체 과거의 실패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궁금할 뿐이다.
박종필 정치부 기자 jp@hankyung.com